아모데이 “기술의 내재적 속성일 수 있다”…기본소득·임금보험 등 이익 재분배 제안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줄이는 현상은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구조적 결과일 수 있다는 경고가 AI 업계 내부에서 다시 나왔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AI로 인한 장기적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그 충격을 완화하고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사회적으로 나누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모데이 CEO는 최근 발표한 정책 에세이에서 AI가 상당하고 지속적인 일자리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가 단순히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단기적 고용 조정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인간의 인지 업무를 점점 더 넓게 복제하도록 설계되는 만큼 일자리 대체가 기술 자체의 내재적 속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는 AI 업계가 가장 불편해하는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린다”면서 “AI가 인간이 하던 지식 노동을 더 많이 수행할수록, 일자리 감소는 잘못된 운영의 부작용이 아니라 기술이 성공적으로 발전할수록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 “종말론 아닌 정책 대비” 강조
아모데이 CEO는 자신이 AI와 일자리에 대해 ‘종말론자’처럼 말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량 일자리 감소를 단순한 성장통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AI가 향후 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10~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에세이는 특정한 고용 붕괴 시나리오를 예언하기보다 그런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갖춰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아모데이 CEO의 해법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피해를 늦추는 것이고, 둘째는 AI가 만들어낸 이익을 더 넓게 나누는 것이다.
그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측정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통계를 확대해 어떤 직종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고 충격이 집중되는 노동자에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 임금보험·고용유지 세제 제안
아모데이 CEO는 단기 대책으로 임금보험과 고용유지 세제 혜택, 직업훈련 지원, 일자리 매칭 인프라 강화를 제안했다. 임금보험은 AI 때문에 기존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옮겨야 하는 노동자에게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고용유지 세제 혜택은 기업이 AI 도입 과정에서 사람을 바로 줄이기보다 기존 노동자를 유지하거나 재배치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직업훈련 보조금과 일자리 매칭 시스템은 노동자가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정책이다.
그는 AI가 기업의 수익을 키우는 데만 쓰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앤트로픽은 기업 고객이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데 AI를 쓰기보다 새로운 매출을 만들고 기존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 장기 충격 땐 기본소득도 검토
아모데이 CEO는 AI가 인간 노동 수요를 영구적으로 줄인다면 더 강한 대책도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장기 소득 지원이 포함된다.
그는 관련 기업에 대한 과세나 자본이득세 인상 등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AI 발전의 이익이 소수 기업과 투자자에게 집중될 경우 사회 전체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보편적 자본계좌도 거론했다. 이는 개인이 AI 경제에서 생긴 자본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도록 하는 장치로,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AI가 만든 부의 소유권 일부를 사회적으로 나누자는 구상에 가깝다.
이 같은 논의는 AI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모데이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주요 AI 기업 경영진이 최근 일자리 손실 경고보다 생산성 향상과 새 경제 기회, 기술 이익의 분배를 더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 AI 업계의 불편한 논점
아모데이 CEO의 발언은 AI 산업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AI 기업들은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 기술이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가 문서 작성, 분석, 코딩, 고객 대응 같은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하면 초급 사무직과 지식 노동 시장이 먼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경력 진입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
아모데이 CEO는 이익이 매우 크다면 사회가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더라도 노동자들이 자동으로 그 과실을 나눠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