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준 부의장 도널드 콘 “형사 조사·기소 위협은 중앙은행 독립성 근간 무너뜨리는 행위” 경고
‘디플레 소통’ 중심 비전통 완화 가고 ‘인플레 금리’ 중심 정상화… ‘그린스펀 모델’ 회귀 주목
6월 미·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연쇄 개최… 한 달 만에 부활한 ‘정치 외풍’ 속 신뢰성 검증
‘디플레 소통’ 중심 비전통 완화 가고 ‘인플레 금리’ 중심 정상화… ‘그린스펀 모델’ 회귀 주목
6월 미·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연쇄 개최… 한 달 만에 부활한 ‘정치 외풍’ 속 신뢰성 검증
이미지 확대보기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백악관의 노골적인 정치적 압박과 통화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기가 맞물린 가운데, 새로 출범한 연준 지도부의 행보가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법체계 무기로 연준 압박”… 원로 중앙은행가 도널드 콘의 폭로
미국 중앙은행의 산증인이자 전 세계 중앙은행 커뮤니티의 거두인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은 최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콘 전 부의장은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역대 연준 의장들을 모두 보좌하며 40년간 중앙은행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콘 전 부의장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들이 공개적 혹은 사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이한 점은 중앙은행을 압박하기 위해 ‘법체계’를 직접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백악관이 연준 의장 등 최고위 인사들을 향해 형사 조사나 기소 가능성을 흘리며 공격하는 행위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 같은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자신의 경제 참모 출신인 케빈 워시를 신임 연준 의장으로 전격 임명했다.
전례 없는 굴욕을 겪으며 경질된 제롬 파월 전 의장은 연준의 급격한 정책 탈선을 막기 위해 연준 이사(주지사)직을 유지하며 정책 결정 투표권을 계속 행사하는 기묘한 동거 체제가 구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의 취임식에서 "그냥 네 방식대로 하고 훌륭한 일을 하라"며 독립성을 존중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으나,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소통·투명성’ 버냉키 유산 손질 예고… 디플레 싸움 끝나고 인플레 정면 대결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강력히 부인하며, 독자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연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가 정조준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버냉키 의장 시절을 거치며 정착된 연준의 '투명성 중심 거버넌스'다.
과거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를 위협하던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 기자회견, 점도표(금리 전망) 발표, 2% 인플레이션 목표제 등을 도입했다.
기준금리가 0%에 도달해 더 이상 내릴 곳이 없자, 양적 완화(QE)와 함께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장기 저금리를 약속하는 ‘포워드 가이드런스(선행 지침)’를 적극 무기화한 것이다. 미국보다 먼저 제로금리(1999년)와 구로다 하루히코 체제의 초강력 양적 완화(2013년)를 단행했던 일본은행 역시 이 소통 중심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완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최근의 중동 전쟁 리스크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전 세계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과도한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강제 진입했다.
워시 신임 의장은 과거 유가 상승 등 공급망 충격을 단지 일시적인 것으로 오판해 금리 인하 타이밍을 실기하고 인플레이션을 키웠다며 파월 전임 의장의 연준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콘 전 부의장은 "글로벌 통화 정책 환경이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완전히 전환되었다"며 "이에 따라 시장 소통에만 의존하던 비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 지표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금리를 움직이는 이자 중심의 전통적 정책 체제로 정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에스트로’ 그린스펀 벤치마킹하는 워시… 백악관 압박 버텨낼지가 관건
취임 일성으로 워시 의장은 약 19년간 연준을 이끌며 ‘마에스트로’라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길을 따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린스펀은 취임 초기 행정부와의 극심한 충돌 속에서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며 신뢰를 쌓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얽매이지 않고 금리를 바꾸는 유연한 정책으로 장기 호황을 이끈 인물이다.
워시 의장 역시 "최근 100세 생일을 맞은 그린스펀처럼 에너지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의장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시장의 포워드 가이드런스 맹신을 깨부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케빈 워시의 성패를 가를 핵심 시험대는 시장과의 약속을 핑계로 방향 수정을 주저하지 않는 결단력, 그리고 자신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사수할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콘 전 부의장은 "시장의 자신감과 정책 성공이야말로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낼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라고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6월 미·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연쇄 개최… BOJ 금리 인상 여부 전 세계 주시
중앙은행들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단기 도마 위에 오르는 운명의 시간은 바로 이번 달(6월)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전 세계 자본 흐름을 뒤흔드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은 오는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추가 금리 인상 단행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축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를 향해 "일본 정치권이 우에다 총재에게 필요한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는 여지만 열어준다면, 일본이 매우 훌륭한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례적으로 일본은행의 독립적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치 권력의 근시안적 판단을 배제하고 오직 물가와 경제 안정을 위해 칼을 뽑아 들어야 하는 중앙은행가들의 진검승부가 6월 글로벌 금융 시장의 거대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