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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권 흔들리나…‘채권왕’ 빌 그로스 “AI만 빼면 성장 없다”

“재정적자·전쟁비용·관세 역풍에 달러 약세”…30년물 국채도 “여전히 비싸다” 경고
‘채권왕’ 빌 그로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채권왕’ 빌 그로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공동 창업자인 빌 그로스가 미국의 글로벌 패권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전쟁 비용, 보호무역 강화가 달러 패권과 장기 국채 신뢰를 동시에 약화시키고 있다는 취지다.

그로스는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고문에서 “미국의 패권적 영광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 “AI 투자 말고는 성장 안 보인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달러 중심 자본시장,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로스는 그러나 최근 수십년 동안 재정·무역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까지 확대되며 구조적 균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사회보장 지출 확대와 중동 전쟁 비용이 미국 재정에 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국가부채는 올해 GDP 대비 101%에서 2036년 12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했던 106%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로스는 “총과 버터(guns and butter)식 지출이 미국의 글로벌 신용카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 결과 강달러라는 핵심 패권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과 버터식 지출이란 경제·재정 분야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한 국가가 군사비(총)와 복지·소비 지출(버터)을 동시에 크게 늘리는 상황을 뜻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 산업혁명을 약속했지만 AI 중심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실질 성장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30년물 국채 여전히 비싸다”


그로스는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도 단순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니라 미국 패권 약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3개월 동안 약 0.5%포인트 상승해 현재 5.03%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로스는 물가연동국채(TIPS) 30년물 실질금리가 2022년 이후 3%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단순 물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장기 재정 부담과 패권 약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인덱스(DXY)가 18개월 동안 약 10% 하락한 점도 미국 자유무역 질서 후퇴와 연결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 “차기 패권국은 AI일 수도”


그로스는 중국이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한 점을 거론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만 그로스는 장기적으로는 중국조차 새로운 패권국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패권은 미국도 중국도 아닐 수 있다”며 “그 이름은 AI이며 누가 그것을 지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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