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구독' 한계 속 '기업용 API' 급부상… 연매출 추정치 격차 확대 보도
반도체 학계 "빅테크 공급망 다변화로 국내 기업 '가격 결정력' 높아질 것"
반도체 학계 "빅테크 공급망 다변화로 국내 기업 '가격 결정력' 높아질 것"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오픈AI의 독주 체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지난 26일(현지시각) 후발 주자인 앤스로픽이 올해 첫 5개월 동안 매출을 5배 늘리며 일부 실적 지표에서 오픈AI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시장의 중심축이 단순 챗봇 구독 서비스에서 기업용 업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기업용 API 앞세운 앤스로픽… 오픈AI, 적자 속에서도 '생태계 우위'
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코딩과 사무 자동화 등 기업용 AI 접근 권한을 판매하는 API 전략으로 실적 호전을 이끌어냈다. 이 매체는 앤스로픽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5억 5900만 달러(약 8382억 원), 영업이익률 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성능 향상을 바탕으로 단행한 가격 인상을 기업 고객들이 수용한 결과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앤스로픽이 새해 안에 넷플릭스나 세일즈포스의 매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오픈AI는 막대한 무료 사용자 보조 비용과 높은 인건비 탓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1분기 주식 기반 보상 등을 제외하고도 최소 70억 달러(약 10조 49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22%로 추정된다. 다만 오픈AI는 여전히 수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기반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중심의 강력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멀티모달(복합정보처리) 및 영상 AI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단순 약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비디아 외 독자 칩 확산… HBM '고객 다변화'가 가져올 마진 혁신
두 기업의 엇갈린 실적 추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CAPEX) 지형을 바꾸고 있다. 오픈AI의 연간 매출은 약 330억 달러(약 49조 4800억 원) 수준으로, 앤스로픽 추정치보다 35%가량 낮은 것으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앤스로픽이 구글, 아마존 등 다양한 클라우드 파트너와 세력을 넓히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독자 AI 칩(아마존 AWS 트레이니움, 구글 TPU 등) 도입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와 학계는 이러한 투자 주체 다변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업계에서는 특정 거대 기업과 엔비디아 공급망에만 의존하던 시장이 다변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고객 외연이 넓어진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고객 다변화 → 가격 결정력 상승 →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전환 국면을 의미한다. 특히 평균판매단가(ASP)가 더 높은 차세대 HBM4(6세대) 양산 시점이 오는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속도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 둔화 신호 경계… 추론 중심의 고성장은 확고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생성형 AI의 중심축이 대규모 학습에서 실질적인 '추론'과 '업무 생산성' 단계로 안착했음이 증명되었다. 앤스로픽의 급성장은 AI 산업이 거품이 아닌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임을 입증하는 지표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 업계는 안정적인 중장기 공급 계약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AI 실적 거품 가릴 3대 지표
생성형 AI 시장의 실적 거품 여부와 국내 반도체 주가의 향방을 판단하려는 투자자라면 앞으로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앤스로픽의 3분기 기업용 API 매출 유지 여부다. 기업 고객들이 비용 대비 생산성 효과를 체감하고 재계약을 이어가는지 확인하는 척도다.
둘째, 오픈AI가 도입할 광고 모델의 수익 전환 속도다. 무료 사용자 운영 손실을 광고 수입으로 상쇄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셋째, 아마존과 구글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 집행률이다. 앤스로픽의 우군인 빅테크들이 서버 인프라 확장을 지속해 HBM 수요를 견인하는지 봐야 한다.
AI 산업의 생존 조건은 화려한 기술력이 아닌 철저한 수익성 입증으로 귀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 기준선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