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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로봇 ‘피크닉’ 파산… 5300만 달러 투입한 주방 자동화의 몰락

도미노피자 손잡았던 로봇 스타트업, 경영난에 자산 매각
푸드테크 하드웨어 시장 ‘냉혹한 현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피크닉(Picnic)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으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푸드테크 기업 피크닉(Picnic)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으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외식 산업의 자동화를 꿈꾸며 10년간 약 5300만 달러(약 79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미국 푸드테크 기업 피크닉(Picnic)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으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술력을 앞세워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 스타트업의 몰락은 하드웨어 기반 푸드테크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피크닉이 지난 11일 채권자들을 위한 일반 자산 양도(General Assignment for the Benefit of Creditors)를 통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파산 보호 신청 없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자산을 정리하고 채권자들에게 잔여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현재 샌타모니카 소재 자산 관리 업체인 CMBG 어드바이저스가 청산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피자 로봇’의 화려한 등장과 뒤늦은 자산 매각


피크닉은 지난 2016년 ‘오토 로보틱스’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이후 사명을 변경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인 ‘피크닉 피자 스테이션’은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시간당 최대 100판의 12인치 피자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혁신적인 기계였다.

소스 도포부터 치즈, 토핑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요식업계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비전은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폴 앨런이 설립한 벌컨 캐피털이 시드 투자에 나섰고, 2021년에는 써스데이 벤처스 주도로 163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특히 도미노피자와의 테스트 운영, 이선 스토웰 레스토랑 등 유명 외식 기업과의 파트너십은 피크닉을 차세대 로봇 기업으로 각인시켰다.

그러나 정작 핵심 자산과 지식재산권을 인수한 매수자의 정체와 인수 금액, 향후 활용 계획은 베일에 싸여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가치는 인정받았으나 하드웨어 제조와 유지보수라는 복합적인 운영 난관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5300만 달러의 교훈: 하드웨어 푸드테크의 ‘냉혹한 현실’

피크닉의 사례는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푸드테크 시장 전체에 무거운 시사점을 던진다.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와 달리 운영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피크닉은 2023년 초 대규모 정리해고와 이어진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이를 유지할 동력을 잃었다.

실제로 피크닉의 로봇을 도입했던 한 레스토랑 오너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25만 달러(약 3억 7652만 원)짜리 고철 로봇 수족관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이 파산하면 소프트웨어는 서버가 닫히는 데서 끝나지만, 로봇은 운영주체가 사라지면 즉시 고가의 쓰레기로 전락한다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치명적 약점을 보여준다.

지난 2023년 피크닉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던 전 경영진들은 시장 상황 악화와 펀딩 가뭄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식당의 주방은 변수가 많은 환경”이라며 “표준화된 공장과 달리 미세한 식재료 차이와 빠른 조리 속도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로봇은 초기 도입 비용 대비 수익성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향후 시장 전망: 거품 걷히고 ‘실효성’ 중심으로 재편


이번 사태는 ‘줌(Zume)’ 등 앞서 실패했던 푸드테크 기업들의 전철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제 화려한 데모 영상만으로는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푸드테크 시장은 막연한 자동화보다는 실제 매장의 워크플로우에 녹아들 수 있는 경제성 확보와 내구성이 검증된 하드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로봇이 식당의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래 가치는 여전하지만, 피크닉의 사례처럼 시장이 무르익기 전 조기에 투입된 고가 장비의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것은 여전히 스타트업에겐 난제로 남아 있다.

이제 푸드테크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발명품이 아니라, 혹독한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견고한 운영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냉정한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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