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2040년 EV 100%’ 전격 철회… 창사 이래 첫 순손실에 캐나다 공장·소니 합작 폐기
비야디·지리, 닛산·혼다 글로벌 점유율 추월… 중국차 ‘18개월 개발’ 속도전에 전멸 위기
토요타 중심 느슨한 연대 넘어 ‘인프라·부품 공조’… “인도 교두보 삼아 글로벌 사우스 사수”
비야디·지리, 닛산·혼다 글로벌 점유율 추월… 중국차 ‘18개월 개발’ 속도전에 전멸 위기
토요타 중심 느슨한 연대 넘어 ‘인프라·부품 공조’… “인도 교두보 삼아 글로벌 사우스 사수”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기술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게 된 일본 완성차 대기업들은 수십 년간 고수해 온 개별 경쟁 노선을 전격 폐기하고, 생존을 위한 ‘일본 자동차 단일 연합군’을 결성하는 초강수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 도쿄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가격 파괴 혁명과 미국의 친환경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본의 핵심 브랜드들이 연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상장 이후 최초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며, 닛산 역시 2년 연속 막대한 순손실의 늪에 빠졌다.
혼다의 대굴욕… ‘2040 전기차 올인’ 유턴, 소니 합작 ‘아필라’ 전격 폐기
지난 2021년 4월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겸 CEO는 취임 직후 “2040년까지 신차 판매의 100%를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로 채우겠다”는 대담한 청사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혼다는 무려 10조 엔(미화 약 630억 달러)을 투입해 캐나다에 독자적인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고, 소니(Sony)와 손잡고 북미 시장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최첨단 EV ‘아필라(Afeela)’를 출시해 일본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전략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이 야심 찬 계획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미베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040년 전동화 목표는 현재 상황에서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목표 철수를 공식 결정했다”며 전격 유턴을 선언했다.
캐나다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이 무기한 보류되었으며, 소니와의 합작품인 아필라 프로젝트는 시장에 빛도 보지 못한 채 전격 폐기(드롭)됐다.
막대한 초기 EV 개발 비용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혼다는 1957년 주식시장 상장 이후 역사상 최초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잔혹사를 썼다. 혼다는 향후 성장의 무게추를 순수 EV가 아닌 전통적인 내연기관 기반의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전면 재조정한다고 밝혔다.
마쓰다·혼다·닛산 차례로 격파한 BYD… 200개 중국 브랜드의 인해전술
일본 자동차 거인들을 무릎 꿇린 근본 원인은 중국 비야디(BYD)와 지리(Geely) 자동차의 무서운 폭주다.
자동차 전문 연구기관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BYD는 지난 2022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를 제친 데 이어 2023년에는 스즈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혼다와 닛산의 점유율마저 완전히 추월하며 주요 위협으로 떠올랐다.
BYD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고작 0.6%에서 지난해 5.3%로 수직 상승했다. 지리 자동차 역시 지난해 점유율 4.5%를 찍으며 토요타를 제외한 일본의 모든 완성차 브랜드를 사정권 아래 가두었다.
중국차의 무기는 저비용 생산 체계와 광속 개발 턴어라운드다. 이토추 연구소의 후카오 산시로 연구원은 “일본에서 신차 한 대를 기획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평균 4~5년이 걸리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과 AI 기술을 총동원해 단 18개월에서 2년 만에 신차를 뽑아낸다”고 분석했다.
현재 배터리 전기 기술과 디지털 무장으로 무장한 200여 개의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초급 고객층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70년 적대적 경쟁 끝났다… 토요타 중심 ‘일본 단일 연합군’ 결성
상황이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자, 일본 자동차 산업 리더들은 개별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에 합의하고 대대적인 동맹 결성에 나섰다.
토요타자동차의 사토 코지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사장직에서 물러나 회사의 첫 최고산업책임자(CIO)로 전보되었으며, 일본자동차제조사협회(JAMA) 회장직을 맡아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토 CIO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개별 기업 간의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으며, 우리가 변신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극도의 경각심을 표명했다.
토요타는 기존에 구축한 스즈키, 마쓰다, 스바루와의 느슨한 제휴 관계를 넘어, 이들 파트너사에게 토요타의 고효율 저비용 전동화 공급망을 통째로 쉐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토요타는 일본 최대 통신 기업인 NTT의 초거대 데이터 인프라와 자사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및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하는 초국적 인프라 공조를 개시했다.
지난해 합병 협상이 한 차례 결렬됐던 닛산과 혼다 역시 공동 생존을 위한 기술 협력 대화를 긴밀히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 현지 기술을 역수입하는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혼다는 중국 내수용 차세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지능형 커넥티드 기술에 중국 토종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도입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다만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니시모토 마사토시 분석가는 “일본 기업들이 중국 기술에 의존해 차를 수출하는 것은 일본 본토의 자체 부품 공급망에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 양날의 검”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교두보로"… 최후의 보루는 ‘감가상각과 서비스’
중국차의 인해전술에 맞설 일본 연합군의 최전방 전선은 ‘인도’ 시장이다. 이토추 연구소는 지리적 요충지인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시장 방어를 위한 최후의 교두보로 지목했다.
이미 남아시아 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를 통해 내수 판매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스즈키는 인도 공장을 글로벌 수출 기지로 격상해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요타 역시 이번 달 인도 현지에 네 번째 대규모 완성차 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하며 신흥국 시장 사수에 나섰다.
일본 전문가들은 중국차가 ‘구매 시점의 저렴함’을 무기로 내세운다면, 일본차는 전통적인 강점인 ‘품질 신뢰성과 중고차 잔존 가치’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카오 연구원은 “총 소유 비용(TCO) 측면에서 보면 중국차는 살 때는 싸지만 잔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일본차는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내구성이 워낙 뛰어나 2차·3차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를 유지하므로 전체 소유 비용은 훨씬 낮다”며 “전기차 시대에도 일본차가 가치를 유지하고 중고 유통 생태계를 지켜내느냐가 최종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S&P의 니시모토 분석가는 “지금의 싸움은 토요타 대 샤오펑, 혹은 토요타 대 샤오미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토요타라는 일본의 단일 거인이 중국의 '200개 브랜드 전체'와 벌여야 하는 가혹한 숫자의 전쟁”이라고 일갈해 일본 자동차 안방이 직면한 거대한 빙하기를 예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