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스로픽 등 도입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축소 조짐… 1~2년 내 실적 레이어 이동 본격화
중동 전쟁보다 무서운 금융 AI 영향력… 망분리 규제 갇힌 한국 금융권 대응 시급
중동 전쟁보다 무서운 금융 AI 영향력… 망분리 규제 갇힌 한국 금융권 대응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프랑스 유력 경제지 레제코(Les Echos)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투자회사 뮤지니치앤코(Muzinich & Co)의 저스틴 뮤지니치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등장이 글로벌 금융권의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생태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 거물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모인 ‘밀켄 콘퍼런스’에서 이란 전쟁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장 교체 같은 대형 매크로 이슈보다 금융 AI의 파괴력에 더 주목한 이유다. 생성형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기존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가입을 재조정하는 초기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촉발한 비용 최적화… 소프트웨어 업계 ‘레이어 이동’ 시작
금융권에 특화한 전문 AI 에이전트가 보급되면서 기존 SaaS 가입을 중단하거나 범위를 축소하는 금융회사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은행들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아끼고 업무 효율을 높이려 자산관리, 리스크 분석 등 기능별 SaaS를 대거 구독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전 부문 업무를 통합 수행하는 고성능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비싼 개별 소프트웨어를 다수 유지할 요인이 줄었다. 저스틴 뮤지니치 사장은 인터뷰에서 “투자팀 인력 거의 전체가 안스로픽(Anthropic)의 AI 시스템을 실무에 쓰고 있다”라며 “SaaS 계약 조정 여파는 향후 1~2년 안에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향방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들이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 등에 AI 에이전트를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분산형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의 가중치가 낮아지고 있다.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는 월가 일각에서는 전체 SaaS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리서치 및 데이터 시각화 수단의 구독 단가를 낮추는 대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본지출(CapEx) 구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도입 여파로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금융권의 기존 SaaS 지출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대형 SaaS 공급사들은 자사 플랫폼에 자체 AI 에이전트를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고객 이탈 방어에 나서고 있어, 시장은 단순 붕괴가 아닌 공급 레이어의 전면적 재편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효율성 제고인가 새로운 위험인가… 자본시장 흔드는 ‘리밸런싱 동조화’ 리스크
금융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면서도 동시에 기술 독점과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고성능 AI 에이전트 하나가 기존 금융 리서치 애널리스트 3~4명의 업무량을 소화할 수 있어 고정 라이선스 비용과 인건비를 줄이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동일한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월가의 대형 투자회사들이 동일한 LLM 기반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자산을 운용할 경우, 특정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명령이 동시에 내려져 시장 유동성이 순간적으로 증발하는 기습적 폭락(플래시 크래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라며 구체적인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프라부터 비용까지… 금융권 흔드는 ‘AI 패러다임’ 전환의 실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등장은 금융회사의 운영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직원들이 다양한 영역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aaS)에 개별 가입해 수동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 수만큼 매달 고정적인 라이선스 비용을 지를하는 구조가 유지됐다. 개별 금융사의 역량에 따라 리스크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었다.
반면 AI 에이전트 도입 단계에서는 자체 구축망이나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통합된다. AI가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집행하므로, 비용 구조 역시 호출당 종량제나 통합 인프라 유지비 형태로 전환된다. 다만 특정 알고리즘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해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과제다.
망분리 규제와 빅테크 종속… 한국 금융권의 구조적 제약과 과제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한 구조 재편 사태는 국내 금융권과 IT 업계에도 직접적인 생존 과제를 던진다. 미국 금융사들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정리하고 AI 중심으로 인프라를 재편하는 움직임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과 삼성SDS 등 사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기업들의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 금융권은 엄격한 금융 보안망 규제(망분리)와 클라우드 이용 제한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어 외부 LLM 에이전트를 즉각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국내 금융 공학 전문가들은 데이터 접근성을 확보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내 구축형(On-Premise) AI 에이전트’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종속 리스크를 낮추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특화한 고유 모델을 확보해야만, 무경계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존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글로벌 금융 AI 혁명 속에서 개인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당장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일즈포스·서비스나우 등 미국 주요 SaaS 기업의 분기 실적 및 가이던스 변화율이다. 이는 SaaS 해지 여파가 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둔화로 가시화하는지, 혹은 AI 내재화 성공으로 방어해 내는지 판가름하는 직접적인 잣대다.
둘째, 안스로픽(클로드), 오픈AI 등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의 금융권 전용 API 매출 성장세다. 전통 소프트웨어에서 이탈한 자금이 AI 인프라 플랫폼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유입되며 시장 규모를 키우는지 증명하는 지표다.
셋째,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의 전통 소프트웨어 예산 삭감 및 AI 인프라 투자 비중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망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에 맞춰 실질적인 기술 전환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금융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지금, 기존 기술의 관성에 머무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금융사는 도태되고 생성형 인프라를 장악하는 주체가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지배자로 올라설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