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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보국, 미국 팔란티어 핵심 플랫폼 교체… K-방산 '틈새시장' 열리나

'정보 유출·단가 독점·블랙박스' 리스크에 돌아서… NATO 공급망 '탈미국화' 원년
진입장벽 높은 유럽 정보망… 현지 합작 법인이 K-방산 영토 확장 열쇠
유럽 안보의 핵심축인 독일이 정보기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업에서 미국 방산 AI의 상징인 팔란티어를 배제했다. 독일 연방헌법보호청(BfV)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자체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자 프랑스 AI 기업의 손을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안보의 핵심축인 독일이 정보기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업에서 미국 방산 AI의 상징인 팔란티어를 배제했다. 독일 연방헌법보호청(BfV)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자체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자 프랑스 AI 기업의 손을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 안보의 핵심축인 독일이 정보기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업에서 미국 방산 AI의 상징인 팔란티어를 배제했다. 독일 연방헌법보호청(BfV)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자체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자 프랑스 AI 기업의 손을 잡았다.

이번 결정은 미국 주도의 방산 AI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동시에 독자적인 지휘통제(C4I) AI 감시정찰 체계를 갖춘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 유럽 시장의 두꺼운 진입장벽을 뚫을 유의미한 진입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폴리티코(POLITICO)는 지난 15(현지시각) 독일 국내정보기반을 총괄하는 BfV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미국 팔란티어 대신 프랑스 찹스비전(ChapsVision)아르곤OS(ArgonO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시범사업 아닌 본사업 전면 교체… 유럽 정보망이 미국산 AI 지운 '세 가지 리스크'


독일 정보당국이 팔란티어를 밀어낸 결정은 단순한 시범사업 축소가 아닌, 대규모 분석 인력이 사용하는 국가 기밀 데이터 분석 핵심 플랫폼의 전면 교체다. BfV가 도입하는 아르곤OS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융합해 인간 분석관의 판단을 돕는 통합 AI 시스템으로, 프랑스 국내정보국(DGSI)에 이어 독일 안보 심장부까지 장악했다.

방산 업계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이번 배제 조치를 단순한 정치적 자립 심리가 아닌 세 가지 구조적 리스크 탓으로 풀이한다.

첫째는 미국 클라우드법(CLOUD Act) 종속이다. 미국 법에 따라 팔란티어 본사가 미국 정부의 요구 시 유럽의 안보 데이터를 유출할 수 있다는 법적 취약성이 핵심으로 꼽힌다.

둘째는 공급업체 종속(Vendor Lock-in)이다. 데이터 모델 독점으로 시스템 구축 후 가격 협상권과 운영 주도권을 미국 기업에 통째로 빼앗긴다는 우려다.

셋째는 블랙박스 AI 문제다. 군사·안보 AI의 핵심 알고리즘 가동 과정이 불투명해 오판 발생 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작용했다.

유럽의 탈미국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프랑스 DGSI가 팔란티어와 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네덜란드 국방부와 독일 일부 주 경찰 체계에서도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과 데이터 현지화 정책을 근거로 팔란티어 사용 제한 소송과 퇴출 압박이 반복됐다.

글로벌 안보 AI 시장 '3극 체제' 재편과 K-방산의 주소


이번 사건으로 절대 강자였던 미국 팔란티어의 독점 구도가 깨지며 유럽 안보 AI 시장은 '미국·유럽·한국'3극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 팔란티어는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력과 풍부한 전장 검증 기록을 가졌으나, 높은 미국 기술 의존도와 개인정보 보호 논란으로 유럽 내 입지가 흔들린다. 반면 프랑스 찹스비전은 철저한 보안성과 유럽 내 데이터 주권 확보를 무기로 프랑스와 독일 중심의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다만 부족한 글로벌 전장 기록과 기술 고도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틈을 타 뛰어난 가성비와 맞춤형 시스템 통합 능력을 갖춘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각된다. 독자적인 지휘통제통신(C4I) 시스템과 AI 기반 감시정찰 체계에서 기술력을 다진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는 거대한 틈새시장이 열렸다. 비록 유럽 시장 내 인지도가 낮고 초기 진입장벽이 두텁다는 약점이 있으나, 미국산에 부담을 느끼고 독자 노선을 걷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LIG D&A는 대공 무기체계와 감시정찰 분야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독자적 방산 IT 프로젝트 진입을 타진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군의 지능형 C4I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한화시스템은 종속성이 낮은 안보 솔루션을 원하는 동유럽 및 서유럽 국가들에 최적의 파트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 주권과 기술력, 실리 추구라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유럽 방산 소프트웨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긍정 편향 경계해야… 까다로운 진입 조건과 현실적 장벽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유럽의 빗장을 열 수 없다. 유럽 국방 AI 시장은 하드웨어 수출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 최고 수준의 보안 인증 획득이 필수적이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 지분을 의무화하는 정무적 제약이 따른다.

특히 AI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한국 기업은 유럽 내 실전 운용 기록(Track Record)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여기에 사이버 보안과 방산 정보 분야에서 전통적 강군인 이스라엘 기업들과 유로파이터 연합 중심의 유럽 로컬 방산 IT 기업들이 이미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 요인이다.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안착하려면 독자 진출 대신 유럽 현지 방산 기업과의 기술 제휴나 합작 법인(JV) 설립을 통한 우회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방산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투자자가 트래킹해야 할 3대 계량 지표


글로벌 안보 지형 속에서 방산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유럽의 움직임을 추적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와 방산 업계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실질적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아르곤OS의 실전 배치를 뒷받침할 독일 정보조직법 개정안의 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 여부다. 둘째, 프랑스와 독일에 이어 제3의 유럽 로컬 국가가 팔란티어를 배제하고 독자 AI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LIG D&A와 한화시스템 등 국내 기업이 유럽 로컬 기업과 맺는 방산 소프트웨어 기준의 합작 법인(JV) 설립 계약 소식이다. 이 세 가지 지표의 실현 여부가 K-방산의 영토가 철강 하드웨어를 넘어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계량적 기준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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