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불만 품은 대주주, 지분 15%로 늘리며 경영진 교체 요구 관철… 주가는 소식 이후 60% 넘게 폭등
창업자 계약 연장 4개월 만에 번복… 전략적 구조조정 압박 속 후임자 연내 선정 목표
창업자 계약 연장 4개월 만에 번복… 전략적 구조조정 압박 속 후임자 연내 선정 목표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뉴스 채널 n-tv의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딜리버리 히어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스트베르크 CEO가 늦어도 오는 2027년 3월 31일까지 퇴임하며, 감독이사회는 올해 말까지 후임자를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외스트베르크는 후임자가 확정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면서 이미 발표된 '전략적 옵션 검토' 작업과 관련 인수합병(M&A) 절차를 계속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지난 1월 계약이 오는 2029년 4월까지 3년 연장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뤄진 사실상의 번복이다.
아스펙스, 5% 추가 매입으로 지분 15% 확보… 총회 표결권 쥐어
이번 퇴진의 직접적 도화선은 아스펙스의 공격적 지분 확대다. 아스펙스는 지난 12일 딜리버리 히어로 지분을 15%까지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오는 6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실질적인 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분 확대의 물꼬는 기존 최대주주인 네덜란드 금융투자사 프로수스(Prosus)가 텄다. 프로수스는 아스펙스에 자사 보유 지분 5%를 약 3억 3500만 유로(한화 약 5849억 원)에 매각했으며, 이로써 아스펙스 보유 지분은 약 14~15%로 올라섰다.
프로수스가 지분을 서둘러 줄이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제약이 있다. 프로수스가 저스트 이트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EU 측이 딜리버리 히어로 지분을 올 늦여름까지 10% 미만으로 낮추도록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수스는 앞서 지난 4월 보유 지분 4.5%를 우버(Uber)에 매각하기도 했다.
아스펙스는 2020년부터 딜리버리 히어로 주주로 활동해 왔다. 이 자산운용사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으며, 외스트베르크 교체에 더해 특정 지역 사업 전면 철수를 요구해 왔다.
아스펙스는 딜리버리 히어로가 대만 음식 배달 법인 푸드판다(Foodpanda)를 그랩(Grab)에 6억 달러(한화 약 8942억 4000만 원)에 매각한 조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확장 전략의 그늘… '50개국 진출'이 남긴 수익성 딜레마
외스트베르크는 2011년 딜리버리 히어로를 공동 창업한 뒤 차입을 활용한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키워 왔다. 글로보(Glovo)와 우아(Woowa)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약 65개국에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그러나 무리한 몸집 불리기는 수익성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독일 본토 시장에서는 2018년 리페란도(Lieferando) 모회사 저스트 이트 테이크어웨이와의 경쟁에 밀려 철수한 데 이어, '푸드판다' 브랜드로 귀환을 시도했다가 몇 달 만에 다시 물러서야 했다.
스페인 자회사 글로보와 이탈리아 법인 푸디뇨(Foodinho)는 배달 기사 처우 문제로 당국의 규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아시아 사업도 대규모 인수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수익 개선을 이끌지 못했다.
반면 중동 법인 탈라밧(Talabat)은 핵심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주문량이 15% 늘었고, 탈라밧에서는 다중 카테고리 상품이 전체 거래액의 70%를 차지하는 등 중동 지역 성과가 두드러진다.
감독이사회와 아스펙스는 이 같은 지역별 성과 편차를 근거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시장은 이번 퇴진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딜리버리 히어로 주가는 2021년 고점 때 130유로를 웃돌았지만 이후 가파르게 내려앉았다.
그러나 아스펙스가 경영진 교체 캠페인을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주가는 60% 넘게 오르는 등 행동주의 주주의 공세가 시장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다음 행보를 두고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는 6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새 감독이사회 구성이 확정되면, 신임 CEO 선임과 맞물려 어느 지역 사업을 남기고 어느 브랜드를 처분할지를 둘러싼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