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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망 ‘동맥경화’… 변압기 인도에만 4년, K-전력기기엔 ‘역대급 기회’

데이터센터·방산 인프라 폭증에 공급망 마비… 대당 가격 5년 새 80% 치솟아
미국 자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도 수급 불균형 지속… LS·HD현대 등 수혜 확대 전망
미국 전력망 확충의 핵심 장비인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최대 4년이 걸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 인프라 수요가 동시에 폭증한 결과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력망 확충의 핵심 장비인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최대 4년이 걸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 인프라 수요가 동시에 폭증한 결과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전력망 확충의 핵심 장비인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최대 4년이 걸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 인프라 수요가 동시에 폭증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변압기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는 장기적인 수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 전문 매체 PV매거진(PV Magazine)은 지난 11(현지시간) "전력 변압기 시장이 극심한 공급 제약에 직면하면서 전력망 확장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주요 장비의 인도 기간(리드타임)이 최대 4년까지 늘어났으며 가격 또한 폭등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전력망 집어삼킨 AI와 재산업화… "돈 줘도 못 사는 변압기"


현재 미국 내 변압기 수급 불균형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발전소용 변압기(GSU) 수요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74% 폭증했다. 변전소용 변압기 수요 역시 같은 기간 116%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그리고 미·중 갈등에 따른 제조업 부활 정책(리쇼어링)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군사 시설의 현대화와 AI 군사화 추진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 수요까지 겹치며 변압기는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국가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번스앤맥도널(Burns & McDonnell)의 마이클 노베브 분석가는 "필수 부품 가격이 지난 5년 동안 약 80%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력 개발사들은 프로젝트 부지를 확정하기도 전에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생산 슬롯(Slot)부터 선점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재 고갈과 기술 장벽에 가로막힌 공급망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변압기 코어의 핵심 소재인 방향성 전기강판(GOES)과 구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고효율 전기강판은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해 미국 내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실효성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히타치 에너지가 남부 보스턴에 10억 달러(14900억 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으나 가동 시점은 2028년이다. 지멘스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42100만 달러(6300억 원)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생산 시점은 2027년 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설비 증설에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데다 숙련공 확보 문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K-변압기, 북미 시장 '슈퍼 사이클' 올라타


미국의 변압기 부족 사태는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에는 유례없는 기회다.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수주 잔고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실제로 국내 변압기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증설과 효율화를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프렌드 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산 제품 배제 분위기와 맞물려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변압기 리드타임이 4년이라는 것은 향후 4년치 먹거리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의미"라며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미국의 에너지·방산 인프라를 지탱하는 핵심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굳힐 기회"라고 분석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첫째, 미국 현지 가동 시점이다. 히타치 등 글로벌 경쟁사의 대규모 공장이 가동되는 2028년 이전까지 한국 기업의 수주 우위가 지속될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원자재 가격 추이다. 방향성 전기강판과 구리 가격 변동이 우리 기업의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 중간선거 변수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에너지 정책 변화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유지 여부가 인프라 투자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미국의 변압기 부족은 단순한 물류난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구조적 결핍이다. 이 병목 구간을 누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메우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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