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타이핑링 4호기 전격 착공, GBA 에너지 안보의 ‘심장’ 구축
독자 기술 ‘화룽 1호’ 앞세워 글로벌 표준 탈환… K-원전과 정면충돌 불가피
독자 기술 ‘화룽 1호’ 앞세워 글로벌 표준 탈환… K-원전과 정면충돌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에너지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이 독자 원전 기술인 ‘화룽 1호’를 앞세워 초격차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발전소 건설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기술 의존을 완전히 끊어내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시장 수출을 위한 거대한 실증 기지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최대 원자력 발전 기업인 중국광핵집단(CGN)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광둥성 후이저우시 후이둥현에서 타이핑링 원전 4호기의 본체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하며 2단계 건설에 공식 착수했다. 이는 광둥·홍콩·마카오를 잇는 거대 경제권인 웨강아오 대만구(GBA) 내 첫 화룽 1호 프로젝트로, 딥시크(DeepSeek) 등 이 지역에서 급성장하는 AI 기업들의 ‘에너지 갈증’을 해소할 핵심 동력이다.
‘화룽 1호’의 대공습, 100% 독자 기술로 서방 따돌린다
타이핑링 4호기에 적용된 ‘화룽 1호(HPR1000)’는 중국이 전 세계 3세대 원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개발한 가압경수형 원자로다. CGN에 따르면 이 원자로는 기기당 연간 약 1,209MW의 전력을 생산하며, 설계부터 핵심 부품 제조까지 완전히 국산화(국산화율 88% 이상)했다.
중국이 독자 기술을 이토록 강조하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에너지 안보’가 있다. 과거 서구권 기술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공급망을 내재화함으로써, 미·중 갈등 등 외부 압력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CGN은 현재 건설 중인 19기 원전 중 17기에 화룽 1호 기술을 적용하며 표준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 중립’의 경제학… 석탄 1665만 톤 대체 효과
타이핑링 프로젝트는 총 3단계에 걸쳐 6기의 화룽 1호 원자로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으로, 총투자비만 약 1200억 위안(약 26조 36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발전량은 550억kWh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약 2200만 가구)가 약 1년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수치로 증명되는 환경적 효과도 압도적이다. CGN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표준 석탄 1665만 톤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82만 톤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탄소 국경세 도입 등 글로벌 환경 규제 속에서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원전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속도와 규모’의 싸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내 대규모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단가를 낮추고 건설 기간을 단축해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K-원전’과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에 이어 카자흐스탄 등 ‘일대일로’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3'
중국의 원전 굴기는 단순히 전력 확보를 넘어 기술 패권 전쟁의 일환이다. 다음 세 가지 지표는 향후 원전 및 에너지 관련주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열쇠다.
첫째, 해외 수주 실적이다. 파키스탄 외 중동·동남아 시장에서 화룽 1호가 추가 수주에 성공하는지 여부다.
둘째, 중국 내 에너지 믹스 변화 여부다.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 따른 원전 비중 확대 속도와 탄소 배출권 가격 추이를 살펴야 한다.
셋째, SMR 기술 격차다. 대형 원전의 규모 경제를 앞세운 중국에 맞서, 한국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에너지 자립은 곧 국가 안보의 성벽이다." 중국은 화룽 1호를 통해 그 성벽을 가장 빠르고 견고하게 쌓고 있다. 우리 역시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수주와 차세대 기술 선점으로 이 거대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