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향한 작가들의 반격…'백만 명의 밥그릇' 건 집단소송 발발
부수고 나간 저커버그의 오만…CEO 개인까지 겨눈 전례 없는 저작권 전쟁
부수고 나간 저커버그의 오만…CEO 개인까지 겨눈 전례 없는 저작권 전쟁
이미지 확대보기"책 한 권이라도 라이선스를 맺는 순간, 우리는 공정 이용 전략을 쓸 수 없게 된다."
메타(Meta) 직원이 2023년 봄 사내 메신저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실무 메모가 아니었다. 그 위에서 내려온 결정, 즉 마크 저커버그 CEO의 승인 아래 정식 계약을 전면 포기하고 불법 복제 경로를 택하겠다는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소장(訴狀) 첫 페이지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저커버그가 직접 지시했다"…CEO를 법정에 세우다
엘스비어(Elsevier), 센게이지(Cengage), 아셰트 북 그룹(Hachette Book Group), 맥밀런(Macmillan), 맥그로힐(McGraw Hill) 등 미국 5대 출판사와 베스트셀러 작가 스콧 투로(Scott Turow)는 6일(현지 시각) 메타와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엘스비어 외 대(對) 메타 플랫폼 및 마크 저커버그'라는 이름을 단 이 소송은, AI 기업을 겨냥한 출판업계 최초의 직접 소송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을 단순한 기업 간 분쟁과 결정적으로 구별 짓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이다. 메타라는 회사가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라는 인간이 피고석에 섰다는 점이다.
소장은 노골적으로 못 박는다. "저커버그 본인이 이번 침해 행위를 직접 승인하고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저자와 출판사에 단 한 푼의 보상도 없이, 자신들의 행위가 저작권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수백만 건의 저작물을 AI 훈련에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메타는 2023년 초 주요 출판사와의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검토하며 관련 예산을 1700만 달러(약 246억 원)에서 2억 달러(약 2899억 원)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 사안이 저커버그 선에서 막혔다. 결론은 명쾌했다. '정식 계약 대신 공정 이용 전략으로 밀어붙여라.' 그 순간 수백만 명의 작가와 수십 년의 출판 역사는 AI 훈련 데이터셋으로 전락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메타의 사훈(社訓)으로 알려진 '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것을 부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가 그대로 법 위반에 적용됐다"고 일갈했다.
제임스 패터슨, 전직 대통령, 퓰리처상 수상자까지
피해를 입은 저작물의 면면은 '저작권 침해'라는 건조한 법률 용어가 얼마나 광범위한 현실을 가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송에 참여한 5개 출판사가 출간한 저자 중에는 스콧 투로와 스릴러 소설의 제왕 제임스 패터슨(James Patterson), 소설 『비밀의 계절』로 유명한 도나 타트(Donna Tartt),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이윤 리(Yiyun Li)와 아만다 베일(Amanda Vaill), 그리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까지 포함돼 있다.
투로는 미국 작가 권익 단체 '작가 길드(Authors Guild)'의 전 회장으로, 이번 소송에서 저자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원고 대표를 맡는다. 원고 측은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메타가 보유한 모든 불법 복제 파일의 폐기를 법원에 요청했다.
AI가 낳은 풍경들…한 프롬프트로 쓴 100챕터 소설
소장 곳곳에는 AI가 출판 생태계를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한 이용자는 메타의 AI 모델 '라마(Llama) 3.1'에 명령어 하나만 입력해 100챕터 분량의 소설을 뽑아냈다. 한 작가는 특정 유명 작가의 문체를 모방해 문장을 '재작성'하도록 지시한 AI 명령어를 교정도 없이 책 본문에 그대로 남긴 채 출판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을 '국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아마존 톱10 셀러'라고 홍보하는 또 다른 작가는 7년 동안 무려 171권의 책을 쏟아냈다.
인간이 수십 년을 갈아 넣어 쌓은 문장과 사유가, 단 몇 초 만에 복제되고 변형되고 팔려나가는 세계. 출판계가 법정까지 달려간 이유다.
"도둑질로 세운 AI 제국은 용납 못 한다"
맥밀런의 존 야게드 CEO는 "저작권법은 지식재산권 보호의 근간"이라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기업이 수백만 창작자의 작품을 자기 배를 불리는 데 도용한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행위"라고 강조했다. 맥그로힐의 필립 모이어 CEO는 "AI가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지만, 그것이 인간 저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출판사 협회(AAP) 마리아 팔란테 회장은 "메타는 자신이 만들지도, 소유하지도 않은 출판물로 배를 불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이 그 전모를 낱낱이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작가 길드 역시 "AI 기업들의 대규모 저작물 도용에 책임을 묻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진전"이라며 투로의 참여에 감사를 표했다.
메타 측은 즉각 맞받아쳤다. "이 소송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며 "법원들도 저작물의 AI 훈련 활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 이용'이라는 방패가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앤스로픽은 2조 원에 합의…메타의 선택은?
AI 저작권 분쟁에서 가장 앞선 선례를 남긴 앤스로픽(Anthropic)은 지난해 스릴러 작가 안드레아 바르츠 등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 1700억 원)를 지급하는 합의에 도달했으며, 최종 승인 심리가 이번 주 열린다.
이번 메타 소송은 그보다 훨씬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CEO 개인이 피고석에 오른 것은 물론, 소장에서 확인된 내부 문건들은 메타가 법적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불법 경로를 택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AI 업계 전반의 저작권 정책과 라이선스 관행을 어떻게 바꿀지, 출판계와 실리콘밸리 모두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