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쿠다 vs 212CD, 성능 넘어 나토 동맹 구도가 결정 변수
독일 '214급 운용 실적' 강점…"튀르키예도 같은 계열" 정치 리스크
독일 '214급 운용 실적' 강점…"튀르키예도 같은 계열" 정치 리스크
이미지 확대보기지중해 해저를 무대로 한 잠수함 수주 경쟁이 단순한 무기 선택을 넘어 유럽 방산 시장의 권력 지형을 가를 외교·동맹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포커스(Focus)는 5일(현지 시각) 그리스 매체 허프포스트 그리스(HuffPost Greece)와 in.gr을 인용해, 그리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이 최종 평가 단계에 돌입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이 정면으로 맞붙는 나토 내부 수주전이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순수한 성능 비교를 넘어 정치·안보 동맹 구도가 핵심 결정 변수로 부상한 상황이다.
성능은 막상막하…동맹이 판가름
그리스 해군이 최종 후보로 압축한 기종은 두 개다. 프랑스 네이벌그룹(Naval Group)의 '블랙소드 바라쿠다(Blacksword Barracuda)'와 독일 방산기업 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212CD'다.
Type 212CD는 현재 독일·노르웨이 해군에 납품이 예정된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으로, 독일 잠수함 계열 특유의 저소음 수중 항행 능력과 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AIP) 체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블랙소드 바라쿠다는 프랑스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통해 축적한 설계·스텔스 역량을 재래식 플랫폼에 구현한 모델이다. 허프포스트 그리스에 따르면 그리스 해군 내부에서는 "두 기종 모두 결함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성능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 결정의 무게는 군사 성능보다 정치적 고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마크롱의 '동맹 카드'…5년 협정 서명
이번 사업의 최대 변수는 지난달 아테네에서 체결된 그리스-프랑스 전략적 방위 협력 협정 5년 연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아테네에서 공식 서명식을 갖고 군사·방산 협력 심화를 선언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서명 후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협정은 5년 만료 후 자동으로 무기한 연장되는 구조여서, 사실상 항구적 방위 협력 체제로 평가된다.
in.gr에 따르면 이 협정 협상 과정에서 잠수함 구매 문제가 실제로 논의됐다고 전해진다. 프랑스가 정치적 밀착을 수주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허프포스트 그리스는 그리스-독일 간 방산 협력 관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느슨해졌다고 진단했다.
독일, '214급 실적'이 강점이자 약점
그러나 이 실적이 동시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214급은 2008년부터 그리스의 에게해 분쟁 당사국인 튀르기예 해군에도 납품돼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그리스 일각에서는 동일 계열 플랫폼이 양국 해군에 동시에 배치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보 리스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부 아테네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프랑스 모델이 "정치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포커스는 전했다.
허프포스트 그리스에 따르면 잠수함 제안서 평가 작업은 올여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그리스가 어떤 안보 축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적 결정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정치·외교적 연대를, 독일은 기술 연속성과 운용 경험을 각각 전면에 내세운다.
지중해 해저에서 전개되는 이 잠수함 수주전의 결론은 양국 간 방산 경쟁을 넘어, 향후 유럽 방위산업 시장의 세력 재편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