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아부쿠마급' 인도 협의… 방위장비 수출 72년 만의 대전환
HD현대·한화오션 핵심 시장 포섭 타겟… 가성비vs안보동맹 '진검승부'
HD현대·한화오션 핵심 시장 포섭 타겟… 가성비vs안보동맹 '진검승부'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한 이후 처음으로 살상 능력을 갖춘 '전투함' 수출을 공식 추진한다. 일본과 필리핀 국방 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마닐라에서 만나 퇴역 호위함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하기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구조·수송' 등 비살상 분야에 한정됐던 일본의 방산 수출 빗장이 완전히 풀리면서, 동남아 함정 시장을 사실상 차지한 K-방산에 비상이 걸렸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5날 회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잉여 함정을 필리핀에 수출하기 위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구성에 합의했다. 양국은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정을 완화 이후, 이를 시현할 첫 번째 가시적 프로젝트로 이번 함정 이전을 선택했다.
미사일·어뢰 장착 '실전함' 수출… 72년 금기 깨졌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던 아부쿠마급(2,000톤급) 호위함과 TC-90 훈련기다. 아부쿠마급 호위함은 비록 1980~90년대 취역해 노후 기종으로 분류되지만, 대함·대잠 미사일과 어뢰를 촘촘히 장착한 '실전용 전투함'이다. 이는 일본이 패전 후 72년간 지켜온 '살상 무기 수출 금지'라는 금기를 사실상 깨뜨린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단순히 배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훈련, 정비, 운용을 아우르는 '포괄적 장비 협력'을 약속하며 필리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군력의 90% 이상이 연안 경비정에 불과해 중국의 해양 진출에 속수무책이었던 필리핀으로서는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제안이다.
K-방산 텃밭 '동남아'… HD현대·한화오션 직접 타격 불가피
이번 뉴스는 국내 방산업계, 특히 함정 분야의 두 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동남아시아는 한국형 함정 수출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그간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앞세워 독주해왔다.
실제 필리핀 해군은 그간 한국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호위함과 초계함을 꾸준히 도입하며 대외 신뢰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중고 함정 공여와 MNS(유지보수) 조건을 내세울 경우, 향후 필리핀의 추가 조달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산 호환성' 앞세운 일본… 투자자가 봐야 할 3가지 변수
일본의 방산 시장 진입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증권가와 방산업계에서는 한·일 간 직접 경쟁이 불가피해진 만큼, 한국 기업들의 수주 전략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이 향후 주시해야 할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필리핀 3단계 군 현대화 사업(Re-Horizon 3)이다. 필리핀이 차기 주력 함정 입찰에서 한국의 신조(新造) 함정과 일본의 중고 또는 신형(모가미급) 함정 중 어느 손을 들어줄지가 한국 함정 수출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시험대다.
둘째, 일본의 '안보 동맹' 프레임이다. 일본의 함정은 미국산 무기 체계와 완전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미국-일본-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대중국 견제 삼각 동맹 체제 안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지를 등에 업을 경우, 한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셋째, 인도네시아 잠수함 협상 파급력이다. 필리핀 외에도 인도네시아가 일본 잠수함 도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일본의 수출 지역 확장 여부는 K-방산 전체의 파이를 위협하는 요소다.
일본의 이번 행보는 동아시아 해상 안보 지형뿐만 아니라 방산 수출의 규칙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의 가성비와 일본의 안보 동맹이 맞붙는 동남아 함정 수주전은 이제 막 진검승부의 막을 올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