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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도 美 증시 오르는 이유

AI 낙관론·미국 에너지 자립·기업 이익이 랠리 지탱…FT “거품 가능성도 배제 못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는 역설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과 공급 충격, 소비심리 악화라는 악재보다 인공지능(AI) 기대감과 미국 기업 이익 증가가 시장을 더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쟁과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배경을 놓고 기술주 낙관론,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기업 이익 증가, 전쟁 충격에 대한 시장의 적응력, 거품 가능성이라는 다섯 가지 해석이 제기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역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로 평가했지만 S&P500 지수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보다 3% 이상 높고 1년 전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 AI가 전쟁 공포를 눌렀다


가장 큰 배경은 AI 기대감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핵심 AI 기업은 비상장사지만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 플랫폼스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은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FT는 투자자들이 전쟁보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 증가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과학기술과 AI 혁신이 새로운 부의 창출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장 인식과도 맞물린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자신의 성과표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바꿔 다시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인식도 확산돼 있다.

◇ 미국은 에너지 충격에 덜 취약


두 번째 이유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방어력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호르무즈 해협 차질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자체 석유·가스 생산 기반을 갖고 있어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발 공급 충격에 취약하지 않다. 취약한 쪽은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이 차이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드러난다. FT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한다. 2010년 40% 수준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전쟁 충격이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작용하지 않으면서 투자 자금은 다시 미국 대형주로 몰리고 있다.

◇ 기업 이익도 시장을 떠받쳐


세 번째 요인은 기업 실적이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약 80%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냈다.

FT는 빅테크뿐 아니라 비기술 기업들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앞으로의 이익 증가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구조는 노동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AI와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랠리는 소비자와 노동자 심리보다 기업 이익과 자본 수익률이 더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전쟁에도 시장은 적응한다는 믿음


네 번째 해석은 시장의 충격 적응력이다. 과거 주요 전쟁 사례를 보면 주식시장은 전쟁 발발 직후 변동성을 보였지만 1년 뒤에는 상당수 회복세를 보였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8개 주요 분쟁 사례에서 S&P500은 전쟁 초기에는 흔들렸지만 평균적으로 1년 뒤 7% 상승했다.

FT는 투자자와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앙은행 금리 인상, 무역 긴장 등 여러 충격을 겪으며 위기 대응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이 이번 전쟁 충격도 시간이 지나면 흡수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거품론도 커진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제 당국과 일부 투자자는 현재 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세라 브리든 영국은행 금융안정 담당 부총재는 “위험은 많은데 자산 가격은 사상 최고치”라며 “언젠가는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현재 랠리에는 ‘대안이 없다(TINA)’, ‘소외 공포(FOMO)’, ‘트럼프가 결국 물러선다(TACO)’는 세 가지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고 느끼고, 상승장에서 빠질까 두려워하며 주가가 떨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친화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믿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믿음이 실제 공급망 충격과 산업 현장의 비용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FT는 2008년 금융위기 전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실제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시장이 현실 경제의 고통을 뒤늦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증시 랠리는 AI 낙관론,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기업 이익 증가가 만든 상승 흐름이지만 전쟁 장기화와 공급망 충격이 가시화될 경우 조정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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