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26년 양산 vs 삼성 2029년 CPO… '광 패키징 3년 격차' HBM 판도 흔든다
삼성 '판게아 v3'·SK '자체 CXL 컨트롤러' 연내 가시화… 韓 메모리 새 전장 열렸다
삼성 '판게아 v3'·SK '자체 CXL 컨트롤러' 연내 가시화… 韓 메모리 새 전장 열렸다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가 광반도체에 4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베팅했다. 구리 배선이 발열·전력의 물리적 한계에 부닥치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승부처가 '연산 속도'에서 '전송 효율'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다. 그 한복판에 두 개의 신기술이 자리 잡았다. 빛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실리콘 포토닉스, 그리고 메모리 용량 한계를 허무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이다. 한국 메모리 진영에는 기회와 시험대가 동시에 놓였다.
엔비디아 40억 달러 베팅… '빛의 데이터센터' 시계 빨라졌다
미 IT 전문매체 HPCwire는 지난달 2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광통신 부품업체 코히어런트(Coherent)와 루멘텀(Lumentum)에 총 4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시스템 제조사들이 구리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칩 사이 데이터 이동을 빛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매체의 진단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하반기 출시할 '스펙트럼-X 포토닉스' 이더넷 스위치가 광엔진을 ASIC 패키지에 직접 통합해 최대 409.6Tbps 대역폭을 구현한다고 밝혔다. 기존 플러거블 트랜시버 대비 전력 효율은 5배, 네트워크 복원력은 10배 개선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는 복잡한 전기 배선을 빛의 통로로 바꾸는 기술이다. 칩 위에 광학 부품을 직접 올려 데이터 이동 거리를 좁히면, 전력 소모는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정보 처리 속도는 고속도로를 뚫듯 수십 배 높일 수 있다. AI 연산 폭주로 인한 병목 현상과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빛의 데이터센터’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광기술의 핵심은 '공동 패키징 광학(CPO·Co-Packaged Optics)' 방식이다. 광 트랜시버를 스위치 ASIC 패키지에 직접 얹어 신호 손실과 전력 소모를 동시에 줄이는 구조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자체 실리콘 포토닉스 플랫폼 'COUPE'를 올해 양산 단계로 진입시킨다고 대만 코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1세대는 광섬유 커넥터(OSFP)용 1.6Tbps 엔진, 2세대는 메인보드 단의 6.4Tbps CPO 패키지 순으로 전개된다. AI 가속기에서 광 패키징을 가장 먼저 양산 라인에 올리는 것이다.
다만 광학 부품을 칩 위에 직접 얹는 공정 특성상 미세한 정렬 오차도 성능 저하로 이어지는 '수율 확보'가 최대 난제다. 전문가들은 단가 절감과 표준화 규격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TSMC의 2026년 양산 계획이 실제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는 신뢰성 검증을 위한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삼성 2029년 vs TSMC 2026년… '3년 격차' 어떻게 좁히나
문제는 한국 진영의 출발선이 뒤에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0일 미국 광통신 학회(OFC)에서 실리콘 포토닉스 파운드리 사업을 공식화하며, 광 집적회로(PIC) 단계를 거쳐 2029년 CPO 턴키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TSMC와의 양산 시점은 산술적으로 약 3년의 차이가 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삼성전자가 HBM·파운드리·광학 기술을 통합해 시장을 뒤집기 위한 ‘전략적 추격의 시간’으로 해석한다. 삼성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시점에는 단순 제조 격차를 넘어 AI 가속기 전체 패키지의 최적화 효율로 TSMC와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에는 차별화 카드가 있다. 삼성은 OFC 발표에서 HBM·파운드리·패키징·실리콘 포토닉스를 한 지붕 아래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임을 강조했다. 메모리를 자체 생산하지 않아 외부 조달이 필요한 TSMC와의 차이를 부각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가속기에서 HBM·로직·광엔진을 단일 패키지로 묶는 흐름이 굳어질 경우, 수직계열화가 시간 격차를 만회할 협상력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반론도 무겁다. 미 더넥스트플랫폼(The Next Platform)은 3월 4일 보도에서 엔비디아의 코히어런트·루멘텀 투자가 광 모듈 공급망을 사실상 미국 진영으로 묶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들이 HBM에서 거둔 선점 효과를 광 패키징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메모리 벽' 허무는 CXL… 韓 빅2 본 게임 시작됐다
전송이 '고속도로 속도'라면 CXL은 '차선 확장'이다. 시장조사 매체 인트롤(Introl)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CXL 시장이 오는 2028년 160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르고, 신규 서버의 약 30%가 CXL 메모리 풀링·확장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CXL 메모리 풀링 적용 시 전체 서버 비용을 약 5% 절감할 수 있다고 자체 실험 결과를 인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OCP 글로벌 서밋에서 CXL 메모리 모듈(CMM-D) 로드맵을 공개했다고 시장조사 매체 트렌드포스가 보도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은 128·256GB 용량의 'CMM-D 2.0' 고객 샘플을 이미 공급 중이며, 1TB 용량·72GB/s 대역폭의 CXL 3.x 기반 'CMM-D 3.1'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더 공격적이다. 인트롤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CXL 2.0 기반 96GB CMM-DDR5 모듈로 고객사 검증을 완료한 데 이어, 칩렛 기술을 적용한 자체 CXL 컨트롤러를 TSMC에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 몬테이지 테크놀로지의 컨트롤러를 사용해 온 의존도를 줄이고 CXL 3.0·3.1 시대의 자립 구도를 짜겠다는 포석이다. 회사는 SK텔레콤의 페타서스 AI 클라우드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CMM-Ax'를 적용해 실증에 나섰다.
韓 투자자가 지금 봐야 할 '숫자 3개'
반도체 투자자가 점검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코히어런트·루멘텀 주가와 엔비디아 광 모듈 공급망의 한국 부품사 편입 여부다. 둘째, 삼성전자 OFC 발표 후속 컨퍼런스 콜에서 나올 CPO 고객사 확보 진척도와 'CMM-D 3.1' 양산 시점이다. 셋째, CXL 3.1 규격을 지원할 인텔(제온)·AMD(에픽) 차세대 CPU의 양산 일정과 이에 연동된 CXL 채택 서버의 실제 출하량 지표다. CXL 생태계의 확장은 결국 두 거대 CPU 설계사의 플랫폼 전환 속도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전기에서 빛으로, 표준 디램에서 맞춤형 메모리로. 패러다임 전환의 속도가 한국 반도체의 미래 좌표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