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사 "이제 일본과 무기 대화 가능"…다카이치 수출 규제 완화가 열쇠
방공 투자·드론 부품·나토 펀드 참여까지…日 방산 수출 첫 발걸음 어디로
방공 투자·드론 부품·나토 펀드 참여까지…日 방산 수출 첫 발걸음 어디로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이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한국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뉴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본이 방산 수출에 본격 나서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한국이 독점적으로 공략해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 유리 루토비노프(Yurii Lutovinov)는 도쿄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일본 총리가 지난주 단행한 무기 수출 규정 완화에 대해 "이제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론적으로 매우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과 총리실은 논평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붕괴=동아시아 도미노"…日이 움직이는 이유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것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루토비노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 인도태평양과 유럽 안보는 분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영토는 대만에서 110km까지 뻗어 있으며, 도쿄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도가 자국을 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Fumio Kishida)가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후 최대 군비 증강 계획을 승인한 것도 이 맥락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0월 취임 이후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수출 규정 완화는 분쟁 지역 수출 원칙적 제한을 유지하면서도 도쿄의 안보 이익에 부합할 경우 예외를 허용하는 구조다.
당장 무기보다 돈과 기술…패트리엇 대체 방공에 일본 자금 요청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무기 수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수출을 지지한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처럼 일본 군사 장비에 관심을 가진 나라들은 도쿄와 방위·장비기술이전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일본은 현재 독일,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 18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다. 루토비노프 대사는 일본에서 방산 수출의 민감성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즉각적인 기대는 투자다. 우크라이나는 미제 패트리엇 미사일 의존도를 줄일 자체 방공 시스템 개발에 일본 자금 투입을 요청했다. 루토비노프 대사는 "필요한 모든 산업 생산 능력은 갖췄다. 투자가 필요하고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드론 부품 공급망·나토 펀드 참여…단계적 협력 구상
루토비노프 대사관 응접실에는 우크라이나 주요 저비용 드론 제조사 스카이폴(Skyfall)이 만든 뱀파이어(Vampire) 폭격 드론이 놓여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스카이폴은 현재 수출할 만큼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밝히고 있다.
나토의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40억 달러 이상의 장비와 탄약을 공급했으며, 지난해 호주와 뉴질랜드가 비나토 국가 최초로 합류했다. 루토비노프 대사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법적 틀 안에서 이 메커니즘에 참여할 수 있다. 비살상 무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 방산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일본의 이번 변화가 한국 방산에 남 얘기가 아닌 이유가 있다. 한국은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호주 등에서 K2·K9·FA-50으로 방산 수출 역사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일본도 같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나라다. 다카이치 행정부는 올해 발표할 방위 전략과 조달 계획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을 격퇴하는 데 사용한 종류의 공중·해상·지상 드론의 대폭 확대를 담을 예정이다.
루토비노프 대사의 말이 이 구도를 압축한다. "우리는 그냥 요청만 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도 제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일본의 기술과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합치면 고수준의 제품이 나올 것이다." 일본이 전쟁으로 검증된 드론 기술을 우크라이나와 공동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그 제품은 한국 방산이 공략하는 시장과 정면으로 겹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