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27% 깜짝 실적 정체는 빅테크 7250억 달러… 한국 HBM·변압기로 흘러든다
영업이익률 72% SK하이닉스, 50조 삼성전자, 7870억 효성중공업까지 “한 줄로 꿰인 돈줄”
영업이익률 72% SK하이닉스, 50조 삼성전자, 7870억 효성중공업까지 “한 줄로 꿰인 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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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전쟁·관세 속에서도 살아난 미국 기업 이익
팩트셋(FactSet)이 5월 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S&P500 기업의 84%가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5년 평균(78%)을 6%포인트 넘는다. 실제 주당순이익(EPS)은 추정치를 평균 20.7% 초과해 5년 평균 서프라이즈 폭(7.3%)의 3배 가까이에 이른다. 1분기 S&P500 혼합 이익증가율은 27.1%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다.
미국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83달러(약 12만 2400원)를 넘긴 와중에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환산 2.0% 성장했다. 다만 피치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루 소놀라는 "이것은 여전히 AI가 견인하는 경제"라면서도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성장을 갉아먹을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같은 이유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렸다.
7250억 달러가 만든 'AI 사이클'
이번 서프라이즈의 정체는 빅테크 설비투자(CAPEX)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집계에 따르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4사의 2026년 합산 AI 인프라 투자액은 725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7% 늘어난다. 네덜란드의 한 해 GDP를 웃도는 규모다.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전 리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원 배분의 최우선 순위는 AI 분야 리더십 확보"라고 못 박았다.
수요 실체에 대한 의심도 줄었다. 구글 클라우드 1분기 매출은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시장 추정치를 20억 달러(약 2조 9500억 원) 웃돌았고, 수주 잔고(백로그)는 4600억 달러(약 678조 원)로 1년 새 두 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초과한다"고 밝혔다. 선불 예약형 수요라는 점에서 과거 닷컴식 거품과 결이 다르다.
HBM부터 변압기까지, 한국에 쏠리는 자금
자금의 1차 종착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 영업이익률 72%라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4월 23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분기 영업이익 50조 원 선을 넘겼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고정거래가는 전 분기 대비 90~95%, 낸드는 55~60%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글로벌 D램 매출이 51% 늘 것으로 보고 SK하이닉스를 메모리 업종 최우선 추천 종목(톱픽)으로 꼽았다. 증권가에서는 이제 메모리 사이클이 아니라 'AI 사이클'로 봐야 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빅테크가 수량을 미리 약정하는 풀(pull)형 모델이어서 과거식 가격 폭락 위험이 구조적으로 줄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자금은 전력 인프라로도 흐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945테라와트시(TWh)로 올해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미국 빅테크와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7기, 1조 2000억 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GE버노바·지멘스에너지의 2030년 이전 납기 물량이 동난 자리를 메우는 구조다.
변압기 쪽 수혜는 이미 숫자로 찍혔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10일 미국 송전망 운영사와 7870억 원 규모의 765㎸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전력기기 업체가 미국에서 따낸 단일 프로젝트로 역대 최대다. 미국 내에서 765㎸ 초고압 변압기를 직접 설계·생산하는 공장은 효성중공업의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이 유일하다. 2025년 매출 5조 9685억 원, 영업이익 747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수주 잔고는 11조 9000억 원이다. LS일렉트릭도 북미 노후망 교체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변화도 변수다.
투자자가 쥐어야 할 점검 지표는 셋이다. 첫째, 빅테크 4사의 분기별 CAPEX 가이던스다. 7250억 달러 계획이 하향되는 순간이 한국 반도체 사이클의 분기점이 된다. 둘째, HBM 평균판매가격(ASP)과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가동률이다. 셋째, 브렌트유 가격과 한국 무역수지다. 세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이번 AI 사이클의 한국 측 수혜는 '한 분기 호재'에서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굳어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