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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남아 우회해 美 반도체 장비 확보… 공급망 규제 ‘무용지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발 수입 역대 최고치… 美 기업 현지 생산 물량 흡수
나우라·AMEC 등 中 장비사 실적 폭증… ‘자급자족’ 목표 아래 공격적 확장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경로를 통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경로를 통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경로를 통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본토에서의 직접 수입은 급감했지만, 미국 장비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남아로 옮긴 생산 거점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숨통’을 틔워주는 창구가 된 것이다.

1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의 통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동남아로 우회하는 美 장비… “원산지는 바뀌어도 주인은 미국”


중국 세관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장비 직접 수입은 2017년 이후 최저치인 20억 달러(약 3조 원)로 34% 감소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를 경유한 수입액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에서의 수입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57억 달러, 말레이시아에서의 수입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폭증한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램 리서치(Lam Research), KLA 등 미국 주요 장비사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구축한 대규모 제조 시설에서 생산된 물량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미국 3대 장비사는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30% 이상(약 190억 달러)을 중국 시장에서 거두며, 세관상의 직접 수출 수치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했다.

◇ ‘메이드 인 차이나’ 장비사의 비상… 매출 최대 13배 성장

베이징 당국의 강력한 국산화 의지에 힘입어 중국 본토 장비 기업들은 유례없는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로 불리는 나우라는 2020년 대비 매출이 4배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271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식각 장비 전문인 AMEC는 5년 새 매출이 400% 급증했고, 박막 증착 장비사인 파이오텍은 무려 13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급격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국내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한 마진 악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서로의 가격을 낮추는 ‘최저치를 향한 경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워싱턴의 추가 규제 움직임… ‘부품 통제’가 관건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동남아 우회로와 부품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다자간 수출 통제 조정’을 골자로 하는 MATCH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장비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과 기계의 이동을 동맹국(네덜란드, 일본 등)과 함께 더 촘촘하게 규제하려는 시도다.

케빈 커랜드 전 상무부 관리는 "엔티티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미국 부품엔 접근 못 해도 유럽과 일본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업계 소식통은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외국산 솔루션을 선호하면서도, 가능한 모든 장비와 부품에 대해 중국산 버전을 찾아내며 공격적으로 자국 공급망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 반도체 업계에 주는 시사점


미국의 추가 규제가 부품 단위까지 확대될 경우, 중국 내 공장을 운영하거나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의 운영 리스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장비사들이 구형 공정뿐만 아니라 첨단 공정(7nm, 5nm)용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장비사들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R&D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처럼 동남아시아를 생산 및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글로벌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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