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율 미달 시 증설 불허 배수진… K-장비사, 탈중국 가속하며 TSMC·마이크론 공략
첨단 패키징 강점 살려 대만 현지 생산 설비 배치… 지정학 리스크 정면 돌파
첨단 패키징 강점 살려 대만 현지 생산 설비 배치… 지정학 리스크 정면 돌파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즈(DIGITIMES)는 9일(현지시각) 중국의 공격적인 장비 국산화 정책 여파로 한국 장비사들의 수주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TSMC와 마이크론(Micron) 등이 위치한 대만 현지 법인 및 생산 설비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50% 룰'의 습격… 멈춰 선 한국산 장비 주문
중국 당국은 2025년부터 신규 반도체 팹(Fab) 건설이나 생산 능력 확장 시 구매 입찰에서 국산 장비 비중이 최소 50%를 넘었다는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설 허가 자체가 반려되는 구조다.
중국 로컬 기업들의 기술 추격도 매섭다. 나우라(Naura)는 12인치 웨이퍼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도입에 나섰고, AMEC도 5nm(나노미터) 이하 공정용 에칭(식각)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하이엔드 공정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세정·증착 등 주력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가동 중인 한국 장비사들의 주문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기술 격차로 버티지만… '현지 생산' 압박에 대만행 가속
물론 모든 분야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미국 KLA의 검사 장비처럼 대체 불가능한 영역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첨단 패키징용 본딩(Bonding) 장비 역시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국산 장비'로 인정받는 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단순히 현지 공장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까지 요구받고 있어, 기술 유출 위험과 미국 제재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
이에 한국 장비사들은 '탈중국'의 대안으로 대만을 선택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을 대만에 둔 마이크론을 직접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대만 내 생산 라인 구축과 기술 지원 인력 배치를 마쳤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변화 속에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의 국산화 강행이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위기인 동시에 체질 개선의 기점이라는 점을 새삼 되돌아봐야 한다. 향후 시장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주시해야 할 지표는 첫째, 대만 내 점유율 변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의존도를 넘어 TSMC 공급망 내 한국 장비 점유율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HBM용 장비 수출 데이터 변화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 공정에 쓰이는 국산 본딩·세정 장비의 대만향 수출액 추이를 살펴야 한다. 셋째, 미·중 규제 가이드라인도 살펴야 한다. 중국 현지 생산 시설이 향후 '중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세부 지침 변화가 판도 결정에 핵심 변수다.
중국은 이제 '기회의 땅'에서 '거대한 장벽'으로 변모했다. 한국 장비 업계가 대만이라는 새로운 심장에서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퍼즐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5년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