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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라피더스’ 2027년 2나노 양산 승부수… “2040년 달 공장 세운다”

IBM 거구 어깨 올라탄 일본의 대역전극… ‘신칸센식’ 초고속 공정으로 삼성·TSMC 정조준
홋카이도 거점 ‘2나노 시제품’ 성공… 저중력·진공 ‘달 팹’ 비전으로 글로벌 3대 축 노려
일본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국가대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가 2027년 차세대 2나노미터(nm) 공정 양산을 공식화한 데 이어, 2040년대에는 달 표면에 반도체 제조 공장(Fab)을 건설하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국가대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가 2027년 차세대 2나노미터(nm) 공정 양산을 공식화한 데 이어, 2040년대에는 달 표면에 반도체 제조 공장(Fab)을 건설하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과거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호령하던 '일장기 반도체'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일본이 지구를 넘어 달까지 이어지는 파격적인 경제안보 청사진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4(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국가대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2027년 차세대 2나노미터(nm) 공정 양산을 공식화한 데 이어, 2040년대에는 달 표면에 반도체 제조 공장(Fab)을 건설하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라피더스는 단순한 기업의 출범을 넘어, ·중 갈등과 AI 슈퍼사이클 속에서 일본을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재건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적 산물이다.

[데이터 분석] 일본 반도체 부활 승부수 '라피더스' 투자 현황 및 과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분석] 일본 반도체 부활 승부수 '라피더스' 투자 현황 및 과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신칸센보다 빠른 15일 공정… IBM과 손잡고 2나노 수율 전쟁 가세


라피더스의 핵심 전략은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의 문법을 파괴하는 속도(Speed)’에 있다. 2022년 설립된 라피더스는 자체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IBM과 손을 잡았다. 지난 7, IBM의 원천 기술을 전수받아 시제품 제작 단계에 진입하며 기술적 퀀텀점프를 입증해 가고 있다.

아쓰요시 고이케 라피더스 CEO는 웨이퍼를 묶음(Batch)으로 처리하던 관행을 깨고 한 장씩 즉각 처리하는 싱글 웨이퍼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통상 50일이 소요되는 공정을 15일로 단축한다는 계산이다. 고이케 CEO는 이를 신칸센 요금 체계라고 명명했다. 초고성능 AI 칩을 원하는 고객사에 압도적인 납기 단축을 제공하고 프리미엄 단가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싱글 웨이퍼 방식은 장비 투자 비용과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변수도 존재한다.

2.5조 원 투입된 국가 프로젝트… 삼성·TSMC 양강 체제 흔든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닌 경제안보의 보루로 취급하며 자금력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의 성공을 위해 파격적인 전폭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지난 26억 달러(906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결정하는 등 보조금 총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여기에 소니, 토요타,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기업이 합심해 재팬 연합을 결성하며 민간 차원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라피더스가 확보한 초기 시설 자금은 약 17억 달러(256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2나노 공정의 대량 양산 단계에 진입하려면 앞으로 수십조 원 단위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에만 최대 560억 달러(845600억 원)를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라피더스의 자본력은 여전히 열세라는 지적이다.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들어가는 쩐의 전쟁에서 일본 정부가 얼마나 지속적인 자금줄 역할을 해줄지가 삼성과 TSMC를 추격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2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이 깃발을 꽂은 꿈의 영역이다.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지토세 시에 건설 중인 첫 공장을 발판 삼아 내년부터 양산 테스트를 시작, 2027년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3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2040달 팹(Moon Fab)’… 비전인가 허상인가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2040년대 달 표면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고이케 CEO는 저중력과 천연 진공 상태가 반도체 제조의 정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진공 상태는 미세 공정에서 불순물 유입을 원천 차단하며, 저중력은 실리콘 웨이퍼의 결정 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극심한 방사선 노출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할 기술과 kg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물류 비용, 유지보수 인력 공급 등이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이에 달 공장은 당장의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일본 반도체가 다시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가졌다는 것을 선포하는 상징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실질적 사업 계획이라기보다 기술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비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라피더스의 부활, ‘기술보다 고객확보가 성패 가를 것


라피더스의 도전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IBM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2나노 공정에 안착한 속도는 놀랍지만, 냉정하게 볼 때 양산 수율앵커 고객(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거대한 벽이 남아있다.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들이 향후 라피더스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NA EUV’의 확보 여부다. 2나노 공정의 정밀도를 결정짓는 이 장비는 전 세계 공급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거인들과의 쟁탈전에서 라피더스가 실질적인 양산 능력을 입증할 만큼의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둘째는 엔비디아나 애플과 같은 이른바 앵커 고객(Anchor Client)’의 선택이다. 아무리 공정 속도가 빨라도 대형 고객사가 물량을 맡기지 않으면 라피더스가 내세운 고부가가치 신칸센 요금 체계는 수익 모델로서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수율 안정성을 증명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 지원의 지속성이다. 라피더스는 사실상 국책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정권 교체나 막대한 초기 적자 발생 시에도 흔들림 없이 수십조 원 단위의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가 일본 반도체 재건의 최종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폐쇄적 자국 중심주의를 버리고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라피더스가 2027년 약속한 수치를 증명해낸다면,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는 삼성·TSMC의 양강 구도에서 ·일 동맹 vs 대만 vs 한국의 복잡한 3파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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