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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퓨리’ 청구서…美, 이란전서 수십조원대 전력 손실

AEI 추산 추가 전비 최대 234억 달러…스텔스기·조기경보기·레이더 줄줄이 피격
토마호크 850발 넘게 소모…민심 악화 속 중동 올인 전략 부담 가중
미국은 이란전에서 850발이 넘는 토마호크를 소모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급증하는 전비와 함께 미군 탄약 재고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은 이란전에서 850발이 넘는 토마호크를 소모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급증하는 전비와 함께 미군 탄약 재고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쟁 비용과 전력 손실이 동시에 미국을 짓누르고 있다. 전장에 쏟아부은 화력만큼이나, 돌아오지 못한 전략 자산과 급속히 비어 가는 탄약 창고가 미군의 부담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악시오스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전한 미국기업연구소(AEI) 분석에 따르면, 이란전의 추가 전비는 지난 3월 19일 기준 162억~234억 달러에 이른다. 상단 기준으로 환산하면 30조 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비용이 불어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고가 전략 자산의 손실이다. AEI 추산에는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레이더 교체 비용과, 지난달 장시간 화재를 겪은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의 수리비가 포함됐다. 여기에 실전에서 파괴되거나 손상된 항공기와 감시자산까지 더해지며 청구서는 빠르게 커졌다. 손실 목록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 1대,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 1대, AN/TPY-2 레이더 1기, F-15E 스트라이크이글 3대, KC-135 공중급유기 다수, MQ-9 리퍼 무인기 다수가 포함됐다. 미군이 중동에서 운용해 온 핵심 공중전력과 미사일 방어 자산이 한꺼번에 압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텔스기·조기경보기까지 맞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손실의 성격이다. 단순 전술 자산이 아니라, 미군의 작전 지속성과 상황인식 능력을 떠받치는 고가 체계들이 맞고 있다는 점이다. F-35A와 E-3 센트리는 각각 타격과 공중 지휘통제의 상징적 자산이다. 여기에 사드(THAAD)의 핵심 탐지수단인 AN/TPY-2 레이더까지 손실 목록에 오른 것은,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단순히 탄약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 네트워크 자체에도 균열을 겪고 있음을 뜻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적이 미국이 원치 않는 정보와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 정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령관들이 예측 가능한 패턴을 피하기 위해 자산 배치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측이 미군 자산의 전개 방식과 취약한 운용 패턴을 일정 부분 읽고 있다는 우려를 에둘러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치르는 대가는 공중전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상에서도 소모 속도는 심상치 않다. 미 해군은 수상함과 잠수함에서 850발이 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릴 코드 해군참모총장은 “엄청난 양의 탄약을 발사했고, 탄약 재고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토마호크는 발당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정밀타격 무기다. 단기간에 850발 이상이 소모됐다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향후 다른 전구에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여력이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

850발 토마호크가 남긴 부담


물론 미국 방산업계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 RTX는 지난 2월 토마호크 연간 생산량을 1000발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 증대가 곧바로 재고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실전에서 대량 소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생산 증산이 오히려 현재 재고 사정이 그만큼 빠듯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중동 전장에 막대한 정밀유도무기를 쏟아붓는 동안, 인도·태평양과 유럽 같은 다른 전구의 대비 태세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대응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응답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은 전쟁이 앞으로도 6개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명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이미 수백 명의 부상자와 13명의 전사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전비 부담, 핵심 자산 손실, 탄약 재고 감소, 여론 악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전략은 점점 더 거센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이번 이란전이 미국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압도적 화력으로 전장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느냐다. 수십조원대 전비와 고가 전략 자산 손실, 토마호크 재고 급감은 미국의 군사력이 약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세계 최강의 군대조차 고강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비용과 재고, 전력 회전율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에픽 퓨리’의 진짜 청구서는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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