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직후 신속한 ‘통제권’ 장악… 13억 배럴 완충지대 확보하며 장기전 태세
연료 수출 전면 금지 및 러시아산 원유 재도입… 아시아 인접국 수급 불안 가중 우려
연료 수출 전면 금지 및 러시아산 원유 재도입… 아시아 인접국 수급 불안 가중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의 적응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것과 달리, 베이징은 연료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전략 비축유를 전시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반다 인사이트(Vanda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70일간의 국내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는 13억 배럴 규모의 원유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 ‘전시 모드’ 돌입한 베이징… 전략 비축유 사용 금지령
중국은 공급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재고 관리에 있어 극도로 신중한 접근법을 택했다.
중국은 그동안 비밀리에 쌓아온 전략 원유 비축량(SPR)을 통해 약 12억~13억 배럴의 재고를 보유 중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던 하루 435만 배럴의 원유 수입이 끊기더라도 두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국영 정유사인 시노펙(Snopec)이 전쟁 초기 전략 비축유 인출을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는 "당분간 사용 금지"를 명령하며 이를 거부했다. 대신 정부는 정유사들에게 러시아산 원유 시장 재진입을 허용하는 등 우회로를 열어주었다.
미 제재 리스크로 주춤했던 러시아산 원유 구매는 지난 3월 12일 미 당국의 30일 면제 조치와 맞물려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 "우리 먼저 살자"... 연료 및 비료 수출 밸브 차단
3월 초부터 정유업체들에 신규 수출 계약 중단을 지시한 데 이어, 12일에는 휘발유, 디젤, 항공유의 즉각적인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중국산 연료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 호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봄 파종 시기를 앞두고 비료 수출 제한도 강화했다. 전 세계 요소와 암모니아 거래의 3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비료를 전략 자산화하고 있다.
소매 휘발유 가격을 약 10% 인상하는 등 가격 인상분의 일부만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나머지는 정유사가 흡수하게 함으로써 급격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 석탄 전환 산업의 부활과 전략적 모호성
중국이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풍부한 국내 자원인 '석탄'이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그동안 추진해온 석탄 기반 액체 연료 및 가스화 사업의 경제성이 대폭 개선됐다. 이는 외부 석유 공급 충격을 흡수하는 든든한 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카타르산 LNG 도입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부터의 파이프라인 가스(PNG)와 석탄 발전 비중 확대를 통해 전력난을 방어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이란과 안정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국 선박의 임시 통행 보장을 구걸하지 않는 '저자세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
◇ 한국 에너지 안보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사례는 지정학적 위기 시 정부의 신속한 수출 통제와 비축유 관리 권한이 국가 안보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비상시 정유사의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대만이나 한국에 비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육로 공급망과 막대한 비축량으로 위기 대응력을 높였다. 우리나라도 미국, 브라질 등 서방 노선 비중을 더 공격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석탄 및 원자력 발전 가동률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전력 수급 계획을 상시화하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공정 효율화를 지원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