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수수료 25% 전격 인하…중국 반독점 칼날 피했지만 텐센트·바이트댄스 포위망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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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애플 없는 삶은 없다"…쿡 CEO, 퇴임설 정면 부인
팀 쿡 CEO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GMA)'에 출연해 "애플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며 월가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은퇴설을 일축했다. CNBC가 보도한 이 발언은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쿡 CEO의 정치적 선언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쿡 CEO가 주가 고점과 우호적인 기기 교체 수요가 맞물리는 2026년을 퇴임의 적기로 점쳤으나, 본인이 강한 유임 의지를 밝히면서 '포스트 쿡'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그러나 이 발언의 배경에는 리더십 위기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절박한 내부 사정이 깔려 있다.
한 주 만에 임원 3명 이탈…"운영형 CEO로는 AI 시대 못 버틴다"
애플의 리더십 위기론이 증폭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단 한 주 사이에 인공지능 책임자인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 최고법률책임자, 수석 디자인 임원 등 C레벨 핵심 3인방이 잇달아 퇴사했다. 여기에 한때 반도체 설계의 핵심인 조니 스루지(Johny Srouji) 부사장의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쿡 CEO의 '운영 중심' 경영 스타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현재도 하드웨어 기술 수석 부사장으로서 홈페이지 명단을 지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가 '비전형 리더'였다면 쿡은 '공급망·실적형 리더'"라며 "생성형 AI처럼 방향 자체를 새로 설정해야 하는 국면에서는 실행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구글 '제미나이' 품은 애플…AI 주도권 스스로 내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 주도권이다. 애플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시리(Siri)의 성능 개선에 결국 실패한 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아이폰에 탑재하기로 합의했다.
리서치 기관 라이트셰드 파트너스의 월터 파이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과거 검색 시장을 구글에 넘겨준 것처럼 AI 주도권마저 구글에 항복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의 지적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구조적 경고를 담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가 구글 AI에 점점 익숙해질수록,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차별성이 희석되고 장기적으로 아이폰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AI 엔진 개발에 집중 투자해온 삼성전자나 퀄컴과 달리 소프트웨어 AI에서 외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中 앱스토어 수수료 30%→25% 인하…반독점 전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블룸버그 통신은 18일(현지 시각) 쿡 CEO가 중국 청두를 직접 방문해 중국 규제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과 협의한 끝에 지난 15일부터 중국 내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에서 모바일 결제 기술을 외부 업체에 개방하기로 한 선례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그러나 이 '양보'가 협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수수료 인하 발표 이후에도 "애플의 독점적 플랫폼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등 현지 플랫폼 대기업들이 외부 결제 시스템 전면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수수료 인하는 소나기를 피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폴더블 아이폰·AI 안경, 애플의 '반전 카드'
금융권과 테크 업계가 애플의 향후 50년을 가를 분기점으로 꼽는 것은 올해 출시 예정인 두 가지 신제품이다.
먼저 폴더블(접이식) 아이폰이다.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선점해온 폴더블 시장에 애플이 처음으로 진입한다. 뒤늦은 참전이지만, 아이폰 교체 주기가 평균 4~5년으로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폼팩터(Form Factor)의 변화는 대규모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두 번째는 AI 안경이다. 메타가 레이밴과 협력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영역이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운 독자적 AI 안경을 연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쿡 CEO는 “인공지능은 매우 심오한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애플만의 프라이버시 중심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실적 정점의 역설…아이폰 고원(高原)에서 다음 산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애플의 주가는 역대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가장 큰 압박이다. '지금이 정점'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투자자의 이탈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AI 안경과 폴더블 아이폰이 '갤럭시 Z 플립'이나 '메타 레이밴'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가. 둘째, 자체 AI 기술력 없이 구글 제미나이에 의존하는 구조가 하드웨어 생태계의 잠식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셋째, 중국이라는 변수다. 매출 하락과 규제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가 실질적인 시장 방어로 이어지는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애플이 스스로 선택한 화두는 '다음 아이폰은 무엇인가'다. 팀 쿡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실적의 고원(高原)은 내리막길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AI 안경이나 폴더블이 새로운 '혁신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한다면, 쿡 체제의 애플은 잡스 이후 최대 반전을 써내는 셈이다. 50년 기업의 다음 반세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결정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