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의 '전략적 두뇌' 정조준… 40년 외교·안보 자산 증발
미·이란 대화 창구 '완전 봉쇄', 혁명수비대 독주 속 중동 전면전 기로
미·이란 대화 창구 '완전 봉쇄', 혁명수비대 독주 속 중동 전면전 기로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가디언(The Guardian) 등 주요 외신은 1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라리자니의 사망이 공식 확인될 경우, 이는 전쟁 초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의 신변 이상설보다 이란 정권에 더 치명적인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키신저' 상실, 대미 협상·국제 공조 동력 잃어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이란 내 온건 실용파를 상징하는 거물로, 단순한 안보 수장을 넘어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외교적 연결고리 역할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이번 암살은 2020년 가셈 수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이후 이란이 겪는 가장 뼈아픈 '전략 자산의 소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이란 전문가 엘리 게란마예 박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번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구상하는 휴전 및 이란과의 후속 대화 통로를 원천 봉쇄하려는 정밀 타격"이라며 "라리자니는 이란 내부에서 유일하게 미국과의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었던 협상가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2015년 핵 합의(JCPOA) 당시 의회 의장으로서 합의안 통과를 주도하는 등 서방과의 접점을 찾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부재는 이란 내 온건파의 목소리가 완전히 거세되고, 강경파인 혁명수비대(IRGC)의 폭주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포스트 하메네이 승계 구도 '시계 제로'… 군부 독주 가시화
라리자니의 암살은 이란 내부의 권력 승계라는 예민한 뇌관도 건드렸다. 그는 최근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연대하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권력 세습을 저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모즈타바가 집권할 경우 이란 정치는 영적 지도력이 약화되고 혁명수비대가 국정 전반을 장악하는 군부 독재 형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이란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라리자니가 주도하던 '세습 반대' 전선은 이번 사태로 심각한 동력을 잃었다.
비록 그가 생전 마지막 방송에서 권력 승계를 "체제적 합의"라고 표현하며 실용적 태도를 보였으나, 이는 내분을 막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수사였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중동 전문가 A 교수는 "라리자니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모즈타바를 중심으로 한 혁명수비대의 집권 시나리오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러 역학관계의 균열… 대안 없는 '안개 속 이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란 체제 내에서 라리자니를 대체할 '대안'이 전무하다는 점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처럼 실용적인 내부 파트너를 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제거 작전으로 인해 미국이 손을 잡을 수 있는 이란 내 온건 인력풀은 고갈됐다.
트럼프가 샤의 아들인 레자 팔라비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며 내부 인사를 찾는 상황에서 라리자니의 사망은 미국의 중동 전략마저 미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라리자니는 칸트 철학 박사 학위를 가진 지략가로서 이란의 지정학적 생존 전략을 설계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안보 수장으로 복귀한 이후 미국 기지가 있는 걸프국가들에게 "이란 공격 시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억제력을 발휘해온 것 역시 그의 전략적 판단이다.
가디언은 이란이 현재 직면한 정보망의 치명적인 허점과 핵심 인재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5차 중동 전쟁의 전면전 비화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고 관측했다.
이란 정권이 후계 세대의 단절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지 못할 경우 중동의 권력 지도는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시대로 진입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