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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 패권전쟁] 삼성·SK하이닉스 298조 증발… 호르무즈 봉쇄, 한국 반도체 사면초가 직면

모건스탠리 "4~6월 LLM 사상 최대 도약"… 2조 9000억 달러 인프라 레이스가 공급망 절벽과 정면 충돌
헬륨·LNG·브롬 동시 차단 공포… 한국 반도체 14개 핵심 원자재 중동 의존 경고음
세계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대만이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공급 차단이라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AI) 역량이 인류의 경제 활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비선형 도약'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기술 가속과 공급망 붕괴라는 상반된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대만이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공급 차단이라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AI) 역량이 인류의 경제 활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비선형 도약'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기술 가속과 공급망 붕괴라는 상반된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국 반도체 산업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합산 2000억 달러(약 298조 원) 이상 증발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긴급 보도한 것처럼, 세계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대만이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공급 차단이라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AI) 역량이 인류의 경제 활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비선형 도약'을 목전에 둔 시점이다. 기술 가속과 공급망 붕괴라는 상반된 힘이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주요국 LNG 비축량 및 에너지 의존도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주요국 LNG 비축량 및 에너지 의존도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투자자들, 충격받을 준비하라"…4~6월 AI 역량 폭발 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대규모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을 AI 역사의 분기점으로 선언했다. 특히 이 은행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번 등은 TMT(기술·미디어·통신) 콘퍼런스에서 "시장은 LLM(대형언어모델) 역량의 비선형 도약에 준비돼 있지 않으며, 이는 4월에서 6월 사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거는 이미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오픈AI(OpenAI)가 최근 공개한 추론 특화 모델 'GPT-5.4 사고(Thinking) 모델'은 경제적 가치 창출 능력을 측정하는 'GDPVal 벤치마크'에서 83.0%의 성과를 기록, 전문가 수준에 해당하거나 이를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앞서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조만간 매우 유능한 AI 모델을 갖게 될 것이며,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테이크오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 질주는 전례 없는 인프라 투자를 요구한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비용만 2조 9000억 달러(약 43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80% 이상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AI에만 6500억 달러(약 970조 원) 규모를 쏟아붓기로 했지만, 그 기반 위에서 작동해야 할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핵심 원자재 및 시장 전망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핵심 원자재 및 시장 전망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한국 반도체 핵심 원자재 14종, 중동 의존… 브롬(bromine)이라는 새 뇌관


한국 정부와 업계의 경계심은 헬륨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헬륨을 포함해 최소 14종의 반도체 공급망 핵심 소재가 중동 의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소재가 브롬이다. 반도체 식각(에칭) 공정의 필수 원소인 브롬, 그리고 D램·낸드플래시 폴리실리콘 식각에 특화된 고순도 브롬화수소(HBr)는 한국 수입의 97.5%가 이스라엘산이다. 이미 이스라엘 생산 차질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한경(韓經) 등 국내 언론도 브롬 수급 불안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CNBC와 인터뷰한 세미어날리시스(SemiAnalysis)의 레이 왕 메모리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분쟁은 헬륨과 브롬 같은 핵심 소재의 조달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며 "현재는 제한적이지만 장기화 시 소재 소싱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게리 탄 역시 "반도체 공급 차질 리스크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LNG 11일 vs 한국 52일… 숫자 이면의 연쇄 취약성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대만이 에너지 수요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LNG의 37%가량이 중동에서 조달된다고 분석했다. 카타르는 이미 LNG 수출에 '불가항력'을 선언한 상태다. 대만 정부는 3·4월 LNG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半信半疑)다.

한국은 LNG 비축(52일분) 면에서 분명한 완충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이 수치만으로 안도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은 TSMC의 CoWoS(칩온웨이퍼온기판) 패키징을 통해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최종 탑재되는 구조"라며 "TSMC 생산 라인이 에너지 충격을 받으면 HBM 출하 물량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제프리스(Jefferies)의 윌리엄 비빙턴 애널리스트는 "TSMC는 현재 약 6개월치 헬륨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헬륨 컨설팅 전문업체 콘블루스 헬륨 컨설팅의 필 콘블루스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헬륨 생산 중단이 최소 2~3개월,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4~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경고했다.

"헬륨 부족 장기화 시, AI 칩이 범용 반도체 압도"…생산 우선순위 전쟁


원자재가 희소해지면 반도체 기업의 생산 전략은 극단으로 이동한다. 수익성이 낮은 범용 부품 대신 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AI 가속기 칩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시나리오다. 이는 범용 D램·낸드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업체에 이중고를 안긴다. AI 수요 확대로 인한 수급 개선 기대와 공급망 충격으로 인한 생산 위축이라는 역설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EU는 반도체 세정·냉각에 필수적인 헬륨 수요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산에 의존한다. 독일 인피니언(Infineon) 등은 단기 비축분으로 버틸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은 유럽 반도체 생태계로도 번질 수 있다.

기술의 가속과 자원의 중력… 2026년이 묻는 질문


AI가 가장 빠르게 도약하려는 순간, 그 AI를 구동할 반도체를 만드는 공급망이 가장 취약한 지점에 서 있다. 기술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이지만, 헬륨과 LNG, 브롬의 흐름은 여전히 지정학이라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LNG 비축이라는 단기 방어막을 갖고 있지만, HBM→TSMC→엔비디아로 이어지는 공급망 연결고리가 끊기면 그 완충재도 순식간에 소진된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산업계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 자립도 강화와 원자재 소싱 다변화에 대한 국가적 수준의 전략 재설계다. 2026년은 기술로 이기는 시대가 아니라, 살아남는 공급망이 AI 패권을 결정하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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