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취소 후 LSM 상륙함 4척 수주로 재기…초계함·무인함·쇄빙선까지 포트폴리오 확장
VCM(함정건조관리자) 제도 도입으로 '설계변경 제로' 원칙 시행…미 해군 함정 조달 패러다임 전환
VCM(함정건조관리자) 제도 도입으로 '설계변경 제로' 원칙 시행…미 해군 함정 조달 패러다임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이탈리아 조선 대기업 핀칸티에리(Fincantieri)가 미 해군의 22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급 호위함 사업 취소라는 악재를 딛고 일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해군 증강 계획인 '골든 플릿(Golden Fleet)'에 승부수를 던졌다.
조지 무타피스(George Moutafis)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 CEO는 16일(현지 시간) 디펜스 뉴스(Defens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복잡한 함정 건조를 맡을 모든 준비가 됐다"며, 초계함부터 무인함, 쇄빙선, 케이블 부설선에 이르기까지 미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종류의 함정을 건조할 의지를 밝혔다.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어떻게 무너졌나
컨스텔레이션급은 2020년 핀칸티에리가 경쟁입찰에서 승리해 수주한 총 20척, 22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프랑스·이탈리아 해군이 운용 중인 FREMM 다목적 호위함을 모체로 하여 설계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미 해군의 생존성 기준 충족을 위한 설계 변경이 누적되면서 모체 설계와의 공통성이 당초 목표 85%에서 15%까지 추락했다. 결과적으로 1번함 인도가 2026년에서 2029년으로 3년 지연되고, 척당 단가도 목표치 10억 달러(약 1490억 원)에서 약 14억 달러(약 2조 원)로 폭등했다.
2025년 11월 25일, 존 펼런(John Phelan) 해군장관은 "준비태세 강화나 승리 능력에 기여하지 않는 데 1달러도 쓰지 않겠다"며 미건조 4척의 계약을 해지하고 취소를 선언했다. 이미 건조 중인 1번함 컨스텔레이션(FFG-62)과 2번함 콩그레스(FFG-63)만 계속 건조하되, 이 역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는 6척에 총 76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를 배정한 바 있었으며, 이 중 미지출분의 전용을 둘러싼 의회와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미 해군의 대안…FF(X)와 '골든 플릿' 구상
컨스텔레이션급 취소 약 3주 만인 2025년 12월 19일, 펼런 해군장관은 HII 잉걸스 인더스트리즈가 건조할 새로운 소형 수상 전투함 FF(X)를 발표했다. FF(X)는 미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 국가안보견시선(NSC) 설계를 모체로 한 것으로, HII가 이미 해안경비대에 10척을 인도한 입증된 설계다. 전체 길이 418피트, 배수량 4500톤 규모의 이 함정은 표면전 주 임무, 모듈러 탑재물 운용, 무인체계 통제 등을 수행하며, 2028년 1번함 진수가 목표다.
핵심은 '골든 플릿' 구상의 규모다. 미 해군은 소형 수상 전투함(SSC) 73척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FF(X)가 주력이되겠지만, 무타피스 CEO는 "70척 이상의 SSC 중 20척은 작지만 극도로 치명적인 화력을 갖춘 초계함(corvette)이나 대형 무인 수상정(USV)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핀칸티에리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초계함·무인함 영역이다.
LSM 상륙함 4척 수주로 재기의 발판 마련
무타피스 CEO는 "최우선 과제는 위스콘신 조선소의 안정을 확보하고 상륙함 건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면서도 "해군이 원한다면 언제든 즉시 투입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핀칸티에리는 2008년 이후 위스콘신 조선소 시스템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재 약 3000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VCM 제도 도입…'설계 변경 제로' 원칙으로 과거와 결별
컨스텔레이션급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해군 주도의 반복적 설계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미 해군은 LSM 프로그램부터 함정건조관리자(Vessel Construction Manager, VCM) 제도를 도입했다. VCM은 설계 단계부터 인도 후 지원까지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며, 해군과 조선소 사이의 완충 역할을 수행한다. 2026회계년도 국방수권법(NDAA)은 초기 8척의 LSM과 향후 경보급유선 등 보조함정에도 VCM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무타피스 CEO는 VCM 제도의 핵심을 "공정 일정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 부여"와 "설계 변경 제로(zero change) 원칙"으로 요약했다. 그는 "해군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고 싶어 한다. 의도는 좋다. 상륙함 건조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함정의 양산 건조—로 돌아갈 멋진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 조선 산업기반의 위기…외국계 조선소의 생존 전략
핀칸티에리의 공격적 행보 비하인드에는 미 해군 조선 산업기반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중국 해군은 이미 미 해군을 척수에서 추월했으며, 펜타곤 추정으로 2025년 말 현재 약 400척의 전투함정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 해군은 LCS(Littoral Combat Ship) 실패에 이어 컨스텔레이션급까지 사실상 폐기되면서, 2015년 USS 심프슨 퇴역 이후 호위함 공백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핀칸티에리는 '미국 해양 산업기반의 핵심 기둥(vital pillar)'을 자처하며 '미국제 조선소'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펼런 해군장관과 CNO 코들(Caudle) 제독이 FF(X)에서 "미국 설계, 미국 조선소, 미국 공급망"을 거듭 강조한 점은, 이탈리아 모회사를 둔 핀칸티에리에게는 이중적 메시지다. 핀칸티에리가 초계함·무인함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FF(X) 주계약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미 해군 조선 에코시스템의 필수 파트너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미 해군 함정 조달 패러다임 전환의 함의
미 해군의 '설계 변경 제로' 및 VCM 제도 도입, 기존 입증 설계 활용에 의한 공기 단축 전략은 한국 해군의 차기 함정 사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해군은 차기 경항모함(KDDX)과 차기 호위함(FFX Batch-III) 사업을 병행 추진 중인데, 컨스텔레이션급의 실패 사례는 소요군 요구에 의한 무분별한 설계 변경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핀칸티에리와 같은 글로벌 조선 기업이 미 해군 시장에서 경험한 '미국산 우선' 압박은, 한국 방산기업의 해외 수출에서도 유사한 현지화 요구로 나타날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