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보잉 인도 계약 무더기 연기, '불가항력' 조항 앞세워 위약금 회피
국내 항공업계 '유가·환율·운항' 삼중고 직격탄… 이익 구조 붕괴 위기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 중동 이탈 수요 흡수… 글로벌 항공 지도 '지각변동’
국내 항공업계 '유가·환율·운항' 삼중고 직격탄… 이익 구조 붕괴 위기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 중동 이탈 수요 흡수… 글로벌 항공 지도 '지각변동’
이미지 확대보기이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항공유 가격과 지정학적 위험 탓에 신규 항공기 도입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잠정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에어버스(Airbus SE)와 보잉(Boeing Co.) 등 주요 제작사와 리스 업체들이 고객 항공사들로부터 쏟아지는 계약 이행 연기 요청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최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동은 물론 아시아 지역 주요 항공사들은 전쟁 여파를 가늠하기 위해 신규 기재 도입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잉·에어버스 인도 잔량 덮친 '이란발 악재'… 불가항력 선언 확산
항공업계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파도는 급격한 비용 상승이다. 유가는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인데, 이번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 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업계 행사에서 "유가 상승이 이번 분기 실적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하면 2분기 경영 실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잉의 상황이 심각하다. 보잉 전체 주문 잔량의 14%가 중동 항공사 물량인데, 차세대 주력 기종인 777X 주문의 절반과 787 드림라이너 주문의 33%가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스(Jefferies)의 실라 카야오글루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동 항공사들이 단기적으로 주문한 항공기를 인도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국내 항공주 '삼중고' 비상… 유가·환율급등에 재무 건전성 경고등
국내 항공업계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가·환율·노선'의 삼각파도에 직면했다. 항공유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대형 항공사(FSC)의 영업이익은 약 15~20%가량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3000만 배럴의 유류를 사용하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전쟁 여파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며,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리스료와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외화환산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운항 효율 저하 또한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 영공 폐쇄로 인해 유럽 노선 등이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비행시간이 최대 2시간가량 늘어났고, 이는 추가 연료 소모와 승무원 운용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갉아먹는다.
증권가에서는 "유가 100달러 선 돌파 여부에 따라 항공주 전반에 강력한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며, 부채 비율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재무 구조 악화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항 인근 미사일 낙하에 '기재 대피령'… 전쟁 보험료 할증 이중고
물리적인 안보 위협은 항공사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는다. 에미레이트 항공과 에티하드 항공 등 중동 거점 항공사들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속에서도 운항을 이어가려 애쓰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특히 지난 주말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 공항 인근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로 인해 중동 항공사들은 자산 보호를 위해 보유 기재를 해외 안전 지대로 분산 배치하는 '기재 대피령'을 내렸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A380 기단은 현재 전 세계 각지 공항에 흩어져 주차된 상태다. 이는 기체 파손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분쟁 지역에 머무는 항공기에 부과되는 막대한 '전쟁 할증 보험료'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과거 레바논의 메아(MEA) 항공이 보험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항공기를 해외로 대피시켰던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유럽계 항공사의 '반사이익'과 글로벌 노선 재편 가속화
전쟁의 불길이 중동 하늘길을 막아서자 글로벌 항공 시장의 주도권은 유럽계 대형 항공사로 급격히 쏠린다. 그동안 중동을 거점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던 환승 수요가 전쟁의 위험을 피해 우회 경로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루프트한자(Lufthansa)와 에어프랑스(Air France)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중동 항공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시아 노선 증편에 착수했으며, 에어프랑스는 태국과 일본 등 주요 노선에 대형 기재를 긴급 투입했다.
티디 코웬(TD Cowen)의 톰 피츠버그 분석가는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분을 요금에 전가하려 시도하겠지만, 에너지 가격의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올해 항공업계의 이익 성장은 기대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예고했던 '항공업계 황금기'는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