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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오일 쇼크] 코스피, 하루 만에 12% 대폭락...이란 전쟁발 유가 급등 우려

74% 질주 끝에 역대 최대 일일 낙폭… 이란 사태가 부른 증시 충격파
산업용 전기료 70% 누적 인상에 유가 급등 겹쳐… 반도체 생산 원가 직격
"AI 수요·밸류업 등 펀더멘털은 건재" vs "브라질 등 대안 시장 눈 돌려야" 의견도
코스피 종합지수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12%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2025년 1월 13일 기준 2489.56포인트에서 출발해 단 한 해 동안 74%의 수익률을 기록,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코스피가 유례없는 하루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하락폭이기도 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코스피 종합지수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12%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2025년 1월 13일 기준 2489.56포인트에서 출발해 단 한 해 동안 74%의 수익률을 기록,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코스피가 유례없는 하루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하락폭이기도 하다. 이미지=제미나이3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서울 증권가는 이례적인 낙관론이 넘쳤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의 포화(砲火)는 단 하루 만에 그 열기를 급격히 냉각했다.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자본시장이 감내해야 할 충격의 깊이와 회복 가능성을 짚어본다.
한국 증시 중동발 쇼크 지표 (2026. 03. 04.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출처=출처: FactSet, Bloomberg, Barron's, PGM Global, Barclays 자료 종합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증시 중동발 쇼크 지표 (2026. 03. 04.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출처=출처: FactSet, Bloomberg, Barron's, PGM Global, Barclays 자료 종합


역대 최대 낙폭… '74% 상승 신화'가 하루 만에 흔들리다


금융 데이터 분석 기업 팩트셋(FactSet)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 종합지수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12%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2025113일 기준 2489.56포인트에서 출발해 단 한 해 동안 74%의 수익률을 기록,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코스피가 유례없는 하루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하락폭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이익을 얼마나 갉아낼지를 둘러싼 공포가 투자 심리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고, 특히 지난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집중 매도 압력을 받았다.

에너지 집약 산업의 구조적 취약점… "70% 의존 중동, 이게 문제였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다. 바클레이즈(Barclays) 분석팀은 "한국은 석유 수입량의 거의 70%,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16%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스 가격 인상이 산업용 전기 요금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우려다.

PGM 글로벌 전략가들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이미 2022년 이후 정부의 잇따른 인상 조치로 70%나 오른 상태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가세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원가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이 제품 가격 전가로 이어지기까지는 통상 한 분기 이상이 소요된다""그 간격이 곧 수익성 악화의 '공백기'가 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급 충격도 하락 부채질… ETF에 묶인 5조 원이 '폭탄'됐다


펀더멘털 우려만이 이번 폭락의 원인은 아니다. 수급 구조의 취약성이 낙폭을 키웠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아이셰어즈(iShares) MSCI 코리아 ETF에 유입된 자금은 약 40억 달러(585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해당 펀드 시가총액의 30%에 해당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쏠린 투자 자금이 악재를 만나 일시에 이탈하면서 하락세를 가속화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교하면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 당시에는 신용 경색이라는 시스템 리스크가 충격의 근원이었던 반면,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충격에 과도한 쏠림 자금이 결합된 '복합형 충격'에 가깝다. 기초 체력이 무너진 위기라기보다는, 외부 충격이 수급 불균형을 순식간에 역전시킨 형국이다.

나인티원 "AI 수요·밸류업 동력은 살아있다"… 장기 저평가 매력 주목


4(현지시각) 배런스 보도를 보면, 급격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부에서는 차분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Ninety One)의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찰리 린튼(Charlie Linton)은 이번 하락을 구조적 결함이 아닌 '모멘텀 역전 현상'으로 규정했다.
린튼 매니저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영업 동력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현재 밸류에이션과 이익 성장률을 감안하면 주가 수준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이끌 장기 촉매제로 꼽았다.

실제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12.2배 수준으로, 미국 S&P 500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조선·해운·방위산업·전력 등 국내 자산 집약적 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소시에테 제네랄 "오징어 게임판 됐다"… 개인 투자자 이탈 현실화


반면 단기 변동성 우려는 현실이다.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분석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 투자자의 높은 참여 비중으로 한국 시장이 고위험 장세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수요일 기준 소매 거래량은 이틀 만에 40억 달러에서 5400만 달러(790억 원)로 급감했다. 반면 하락에 베팅하거나 변동성을 활용하는 옵션 매수량은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세력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변동성 수준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PGM 글로벌 전략가들은 "한국 시장의 장기 전망 자체는 유효하지만, 에너지 가격이라는 실질적 위험이 단기 국면을 압도하고 있다""이란 사태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브라질 등 다른 신흥 시장으로 일시 분산하는 전략이 현 시점에서는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현재 한국의 원유 비축량이 약 200일치에 해당해 공급 차질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당장의 재고량이 아니라 이란 사태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오를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에너지 충격'이 드러낸 한국 증시의 진짜 과제


이번 급락은 한국 자본시장의 두 가지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첫째는 에너지 수입 의존 구조다. 석유와 LNG70%·16%를 중동에 기대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시장을 뒤흔드는 '고질적 취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에너지 안보 다변화 없이는 이 같은 충격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둘째는 수급 구조의 양극화다. 외국계 자금의 급속한 유입과 이탈이 개인 투자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장세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 밸류업' 정책이 주가 수준 개선을 넘어 시장 체질 변화로까지 이어지려면, 거버넌스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란의 포성이 언제 멈출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 이후의 회복 탄력성이 외부 환경이 아니라, 한국 기업과 시장이 얼마나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왔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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