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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삽부터 꽂는다”... 미 민간 기업, 나사 기다리지 않고 ‘달 건설 시대’ 독자 개막

굴착 로봇 3.5분에 94kg 실무 배치 완료... 달 우주항 착공 ‘기술 신호탄’ 발사
레골리스 녹여 활주로 깔고 헬륨-3 채굴... 달 표면 산업화 전선 전방위 확산
아르테미스 2028년으로 또 후퇴... 민간이 먼저 삽 꽂는 ‘역전 구도’ 가속화
미국 민간 기업들은 굴착 로봇 실증과 소결 착륙패드 건설, 헬륨-3 채굴 시스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달 표면 산업화의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민간 기업들은 굴착 로봇 실증과 소결 착륙패드 건설, 헬륨-3 채굴 시스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달 표면 산업화의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간 우주 기업들이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지연을 틈타 굴착 로봇 실증과 현지 자원 활용을 통한 인프라 구축에 성공하며 독자적인 달 표면 산업화 시대를 실질적으로 개막했다.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이노베이션맵(InnovationMap)과 밀리터리에어로스페이스(Military Aerospace) 등이 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민간 기업들은 굴착 로봇 실증과 소결 착륙패드 건설, 헬륨-3 채굴 시스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달 표면 산업화의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나사의 유인 달 착륙 임무가 2028년으로 재차 연기된 가운데 민간 주도의 달 경제권 형성이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3.5분에 94kg 굴착 성공... 달 우주항 건설 자율화 ‘눈앞’


달 건설의 핵심인 토공 작업에서 획기적인 수치가 도출됐다. 텍사스주 소재 애스트로포트(Astroport)와 캘리포니아주 소재 애스트로랩(Astrolab)은 최근 공동 실증을 통해 자율 주행 로버 ‘플렉스(FLEX)’가 3.5분 만에 평균 94kg의 레골리스(달 토양)를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달 우주항 하나를 완공하는 데 필요한 레골리스 3378t을 처리할 수 있는 실무적 역량을 입증한 것이다. 기업 측은 단일 로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대의 FLEX 로버를 투입하는 자율 협업 체계를 다음 단계로 설정했다.

FLEX는 최대 1600kg의 화물 적재가 가능하며, 로봇팔을 통해 굴착과 운반, 소결 도구를 현장에서 교체하는 모듈 방식으로 설계되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달 먼지 구워 활주로 조성... 2300억 원 규모 상업 계약 체결


달 표면의 날카로운 분진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소결(sintering)’ 공법도 상업화 궤도에 올랐다. 애스트로포트는 레골리스를 고온으로 용융해 착륙패드와 도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구에서 자재를 운송하는 kg당 수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현지조달(ISRU)’ 전략의 핵심이다.
시장 신뢰도는 수치로 확인된다. 벤추리 애스트로랩은 나사의 상업 달 탑재물 서비스(CLPS)를 통해 1억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애스트로포트는 이 로버에 탑재물 고객사로 참여해 실제 달 환경에서 소결 벽돌 제작 시험에 나선다.

kg당 290억 원 ‘헬륨-3’ 확보 전쟁... 시장 규모 5년 내 2배 급증


달 건설 인프라는 곧바로 자원 채굴 전쟁으로 이어진다. 스타트업 인터룬(Interlune)은 시간당 100t의 레골리스를 처리하는 대형 굴착 시스템 시제품을 공개하며 헬륨-3 채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헬륨-3는 지구상에서 희귀한 동위원소로, 현재 시장 가격이 kg당 약 2000만 달러(약 290억 원)에 달해 금값의 약 2만 배에 이르는 우주 전략 자산이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달 굴착 로봇 시장은 2024년 약 10억4000만 달러 규모에서 2025년 12억4000만 달러로 성장한 뒤, 오는 2029년에는 24억3000만 달러(약 3조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해마다 18.5%씩 성장하며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나는 속도다.

특히 인터룬은 미국 에너지부(DOE)와 2029년 4월까지 달에서 채굴한 헬륨-3 3리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정부가 우주 자원을 공식적으로 구매하는 인류 최초의 거래 사례로 기록되며 자원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일본의 고마쓰 역시 영하 170도의 극한을 견디는 전동 굴착기를 선보이는 등 달 자원 패권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탐사 넘어 '거점'으로... 한국에 던지는 기회와 경고의 메시지


"배가 오기 전에 항구부터 짓겠다"는 자이메네스 애스트로포트 CEO의 공언은 단순한 기업 홍보 문구를 넘어선다. 아폴로 시대에는 깃발을 꽂고 귀환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아르테미스 시대는 '지속 가능한 체류'와 '자원 활용'에 방점을 찍는다.

이에 따라 거주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 착륙패드 등 지구 건설 현장과 다름없는 대규모 토목 공사가 유인 착륙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 나사가 일정 지연을 거듭하는 사이, 민간 기업들은 정부 발주를 기다리지 않고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판을 뒤집고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같은 흐름은 기회와 경고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낸다. 우선 달 건설 로봇과 소결 기술, 현지 자원 활용(ISRU) 분야는 아직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초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기회다.

그러나 헬륨-3 채굴 경쟁에서 드러나듯, 달은 이제 단순 탐사 대상을 넘어 '전략적 자원 거점'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달 표면 산업화의 시계는 아르테미스의 발사 일정과 무관하게 이미 쉼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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