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돔브로바 구르니차 3호 고로 전면 보수... 공급망 정상화 시동
자동차용 판재류 수요 회복세 정조준, 설비 수명 4년 연장 기대
저가 수입재 공세와 에너지 비용 변동성은 여전히 가동률의 변수
자동차용 판재류 수요 회복세 정조준, 설비 수명 4년 연장 기대
저가 수입재 공세와 에너지 비용 변동성은 여전히 가동률의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철강 시장이 장기 침체의 터널을 지나 반등의 기로에 섰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폴란드 남부 돔브로바 구르니차 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3호 고로(용광로)를 다시 깨우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는 단순한 설비 복구를 넘어 유럽 제조업 전반의 수요 회복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지 매체 비보르차(Wyborcza)의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르셀로미탈 폴란드 법인은 3호 고로의 재가동을 위한 대규모 개보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약 6000만 즈워티(약 24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가파른 시황 악화와 에너지 비용 상승 탓에 멈춰 섰던 '황색 거인'이 약 5개월 만에 다시 쇳물을 토해낼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유럽 판재류 시장의 완만한 회복과 '가치 중심' 전략
철강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아르셀로미탈의 이번 행보를 유럽 철강 공급망의 'U자형 회복'을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가동률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공급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우선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유럽 내 완성차 생산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자동차용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연도금 강판 등 고부가가치 판재류 수요가 고개를 들자 이 틈을 타 공급망 유연성을 확보하여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물량 공세로 시장을 점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가 확실히 확인된 제품군을 중심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려 제품 단가 하락을 막는 '가치 중심(Value over Volume)'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과잉 공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수익성 방어 기제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번 설비 보수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는 포석도 깔려있다.
효율이 낮은 노후 설비를 이 기회에 대대적으로 수리하여 탄소 배출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향후 가중될 환경 비용 부담을 줄이고 생산 공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르셀로미탈이 이번 재가동을 통해 환경 규제 대응과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고 평가한다.
고로 하부 전면 교체... 20개 전문사 동원된 '심장부 수술’
이번 정비 작업은 고로의 심장부라 불리는 하부 '가르(Gar)' 부문의 전면 재건에 집중된다. 마레크 베를린스키 고로 공장 지원팀장은 이번 작업에 대해 "신규 세라믹 자재를 도입해 고로 하부를 다시 구축하고 있으며, 냉각 시스템의 현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비를 통해 설비의 안정성이 대폭 강화되는 것은 물론 고로의 경제적 수명이 약 4년가량 연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가동 중단 기간에만 수행 가능한 고난도 수리 작업을 위해 총 20개의 전문 협력사가 투입되어 공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보이치에흐 코슈타 아르셀로미탈 폴란드 대표이사는 "오는 봄 첫 쇳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유입되는 저가 철강재가 여전히 유럽 내수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경우 재가동 직후 다시 감산에 들어가는 '전략적 가동 중단'이 재현될 위험도 상존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아르셀로미탈의 고로 재가동은 유럽 제조업 부활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 장벽이 실질적인 방어막 역할을 해주느냐가 향후 수익성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아르셀로미탈의 이번 240억 원대 투자가 유럽 철강업계의 진정한 '턴어라운드(실적 호전)'로 이어질지는 오는 2분기 유럽 내 건설 및 제조 수요의 실질적 반등 여부에 달려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