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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보다 플라톤”... AI 시대 역설, ‘인간 판단력’ 가치가 연봉 결정한다

기술 수명 단축으로 단순 기능 교육 유효기간 급감
복합 사고력 기반의 인문 교육이 장기 수익률 압도
AI 결과물 검증하는 ‘비판적 분석력’이 핵심 생존 전략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단순 기술 역량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이를 통제하고 평가하는 '인간의 판단력'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단순 기술 역량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이를 통제하고 평가하는 '인간의 판단력'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최고의 AI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파이썬(Python) 대신 철학책을 먼저 읽힐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단순 기술 역량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이를 통제하고 평가하는 '인간의 판단력'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2(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렉 웨이너 어섬션 대학교 총장의 기고를 통해 "AI 시대야말로 인간의 분별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교육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시기"라고 진단했다. 기술의 단편적인 활용법만 가르치는 '문자 그대로의 교육(Literal education)'에서 벗어나, 학문 간 연결 고리를 찾는 '자유로운 교육(Liberal education)'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지식의 유효기간 4... ‘기술 만능주의교육의 위험한 도박


현재 대학가와 정부 규제 당국이 매몰된 '취업 밀착형 프로그램'은 위험한 오류를 품고 있다. 오늘 유용해 보이는 기술이 내일도 쓸모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이다. 웨이너 총장은 이를 '리터럴(Literal) 교육'이라 정조준했다. 이는 지식의 경험을 당장 돈이 되는 개별 단위로만 쪼개어 가르치는 행태를 뜻한다.

실제로 국내외 대학들은 AI 열풍에 발맞춰 관련 전공을 급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졸업 후 3~4년 동안의 초기 연봉 지표를 높이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 문구 그대로 '반짝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특정 소프트웨어 사용법이나 코딩 기술은 금세 폐기 처분될 지식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연방 규제 당국은 그동안 대학 교육의 성과를 '졸업 직후 수입'이라는 단기 지표로만 평가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문학 교육의 수익은 축적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뿐, AI가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는 시대가 깊어질수록 그 보상과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크라테스가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조상”... 질문이 곧 실력이다


글로벌 교육계가 주목하는 AI 시대 최고의 인재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질문하는 사람'이다. 생성형 AI가 내놓는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고, AI에게 어떤 방향으로 일을 시킬지 결정하는 '비판적 분석력'은 단순한 기술 수업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웨이너 총장은 이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했다. 그는 "대학교 강의 목록에 '호기심'이나 '분별력 전공' 같은 수업은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학생들이 두꺼운 역사책을 읽으며 과거의 복잡한 사건을 분석하거나, 기숙사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부딪히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능력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고 강조했다.특히 그는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야말로 인류 최초의 프롬프트 엔지니어(AI에게 질문을 던져 결과물을 만드는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게 했던 '산파술', 오늘날 AI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정교한 질문(프롬프트)을 짜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뜻이다.

웨이너 총장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AI 도구들이 낡아서 사라질 때도, 2500년 전 쓰인 플라톤의 대화편은 여전히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을 것"이라며 인문학의 영원한 생명력을 역설했다.

지식의 파편이 아닌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야


AI 혁명 시대에도 미래 교육의 성패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할 줄 아는가'를 넘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르치는 데 있다. 교육 당국 역시 졸업생의 초기 연봉 같은 단편적인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한 인간이 평생 발휘할 학문적·경제적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더 깊이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기술은 가르치면 되지만,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은 단기에 길러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용성'이라는 이름 아래 인문학을 홀대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쥐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술적 문맹'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고전이 가르치는 인간의 본질과 윤리, 그리고 질문하는 힘이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역설을 이제는 교육과 채용 현장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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