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허브 저장성, 억만장자 속출에도 도농 격차 축소… '기술 붐'과 '재분배' 공존 모색
딥시크·유니트리 등 AI·로봇 강국 부상… "일자리가 부 분산한다는 환상 깨졌다" 경고도
딥시크·유니트리 등 AI·로봇 강국 부상… "일자리가 부 분산한다는 환상 깨졌다" 경고도
이미지 확대보기알리바바와 같은 기존 빅테크는 물론,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두주자 '유니트리(Unitree)' 등이 밀집한 이곳에서 중국 정부는 기술 혁신이 초래하는 극심한 빈부 격차를 차단하기 위한 전례 없는 시도에 나섰다.
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통계국에 따르면, 저장성은 기술 붐 속에서도 도농 소득 격차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며 '실리콘밸리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 실리콘밸리식 ‘9가구가 15% 장악’ 막아라… 저장성의 수치적 성과
중국 지도부가 우려하는 모델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지독한 양극화다. 연례 '실리콘밸리 통증 지수'에 따르면, 해당 지역 부의 약 15%가 단 9가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11만 가구는 순자산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저장성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 비율을 1.96에서 1.81로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중국 전국 평균인 2.31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로, 급격한 기술 성장기에 거둔 이례적인 격차 축소로 평가받는다.
저장성 당국은 이번 달 발표한 계획안을 통해 2030년까지 이 격차를 더 줄이고, 1인당 GDP와 소득 수준을 선진국 수준에 도달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을 '공동 번영 시범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이곳은 AI와 로봇공학 등 최첨단 산업의 성장 과실을 어떻게 대중에게 나눌지에 대한 국가적 표준을 만들고 있다.
◇ AI·로봇이 부를 독점하는 시대… "전통적인 낙수효과는 끝났다"
슝 완성 상하이 화동과학기술대 교수는 "AI와 로봇이 노동자를 대규모로 대체함에 따라 일자리가 부를 분산시킨다는 기존의 경제 공식이 깨졌다"며 "어떤 나라도 이를 피할 수 없지만, 특히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중국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은 최근 회사의 기업가치 급등으로 순자산이 115억 달러(약 15조 원)까지 치솟으며 새로운 기술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소수의 천재와 자본이 막대한 부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저장성은 모든 주민을 위한 소득 성장 계획, 직원 주주제 도입, 유연한 주식 인센티브 장려 등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꾀하고 있다.
◇ ‘그린 광산’처럼 ‘그린 기술’ 지향… 2035년 선진국형 균형 발전 목표
저장성의 2035년 비전은 모든 주민이 풍요로운 물질적·문화적 삶을 누리는 '보편적 번영'이다. 이를 위해 농촌의 유휴 주택을 자산화하고 공공 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한편, 직업 교육을 강화해 근로자들이 현대 기술에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허원죝 저장대 교수는 "기술 혁신을 장려하되 사회 운영 규칙을 개선해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안전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무리한 재분배 정책이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지 않도록 '개발과 안보의 조율'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나치게 야심 찬 목표가 시장 경제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다.
◇ 한국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 주는 시사점
중국 저장성의 실험은 IT 강국인 한국 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판교 등 기술 중심지를 중심으로 자산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AI 시대의 부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이익 공유제나 직원 주주제를 장려하는 한국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기존 근로자들이 첨단 산업으로 원활하게 전직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중심의 직업 훈련 인프라를 중국의 시범 사례처럼 지역 단위로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의 소멸'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 서비스 접근성 강화와 소득 보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중국의 '공동 번영'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는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