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의 거대한 완충지대와 '철밥그릇'의 생존력… 화이트칼라 위기 속 반전
코딩 80% 자동화 등 현장의 공포 현실화… 정부 차원의 '사회 안전망' 강화가 관건
코딩 80% 자동화 등 현장의 공포 현실화… 정부 차원의 '사회 안전망' 강화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화려한 춤을 추는 로봇 뒤로 AI 기업들의 광고가 줄지어 등장하자, 소셜 미디어에는 "우리의 일자리를 뺏으러 온 괴물"이라는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문가들은 방대한 공공 부문을 보유한 중국의 특수한 경제 구조가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보다 AI발 고용 충격을 더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 창조자가 삼켜지는 시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35세 저주’ 가속화
AI의 침공은 역설적으로 AI를 만드는 사람들부터 집어삼키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형 IT 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비드 첸은 현재 자신의 코딩 작업 중 80%를 AI에 맡기고 있다.
과거 3일이 걸리던 작업이 불과 2~3시간 만에 끝나면서 업무 효율은 극도로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해고의 공포는 더 커졌다. 첸은 "프로그래머가 AI를 쓰지 않으면 즉시 교체되고, AI를 쓰면 조금 나중에 교체될 뿐"이라며 자조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월가를 뒤흔든 시트리니 리서치의 '2028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는 이러한 공포를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이윤을 지키기 위해 변호사, 분석가, 프로그래머 등 고숙련 지식 노동자를 대거 AI로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의 경우 이들 화이트칼라가 전체 고용의 50%를 차지해 타격이 막심하겠지만, 중국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지적이다.
◇ ‘철밥그릇’의 역설… 공공 부문이 제공하는 AI 완충지대
국영 은행의 네트워크 엔지니어 릴리 옌은 "금융 부문은 보안을 위해 외부 인터넷과 차단된 로컬 AI 모델만 사용하기 때문에 도입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공무원 사회 역시 종이 문서 위주의 관행이 여전해 AI가 파고들 틈이 좁다.
이러한 '저효율'과 '폐쇄성'이 아이러니하게도 고용 안정성을 지켜주는 방어막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침 리 분석가는 "미국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자동화 동기가 매우 강력하지만, 중국은 노동자 복지 분배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고용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 1,270만 명의 대졸자… 청년 실업과 ‘인볼루션’의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역대 최대인 1,2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년 실업률(16~24세)은 이미 16.5%를 기록하고 있다.
신입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경력을 시작하기도 전에 AI에게 일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중국 국무원은 최근 AI 기술 교육 지원과 재고용 활성화를 골자로 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노동경제학자 차이팡은 저서에서 "AI의 높은 투과성은 장기적인 고용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며, 정부가 공공재 공급을 확대하고 사회보장제도의 격차를 해소하는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 주는 시사점
중국 사례는 AI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 사회에 중대한 전략적 고민을 안겨준다.
한국 역시 공공 부문 비중이 작지 않으나, 중국처럼 '폐쇄성'에 기댄 고용 유지는 불가능하다. 공공 서비스의 효율화와 공무원 조직의 고용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AI 노사정 합의'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코딩과 단순 사무가 자동화되는 흐름 속에서, 기존 지식 노동자들이 AI를 관리하고 창의적 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범국가적 재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이 'AI 플러스' 교육을 권고한 것처럼 우리도 실무 중심의 AI 활용 능력을 필수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
AI가 초래할 고용 불안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로봇세'나 'AI 배당' 같은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고용 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쏠리지 않도록 사회 계약을 갱신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