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꺾고 세계 1위 IP 등극…순이익 114배의 비밀
2025년 매출 3조 7680억 원·영업이익률 25% 달성, 인도 시장 229억 원 투자
2025년 매출 3조 7680억 원·영업이익률 25% 달성, 인도 시장 229억 원 투자
이미지 확대보기9년 만에 순이익 114배…숫자가 증명한 '부활의 서사'
포켓몬의 성장세는 수치부터 압도적이다. 니케이 비즈니스가 27일(현지시각) 공개한 주식회사 포켓몬의 2025년 2월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4109억 엔(약 3조 7800억 원), 영업이익은 1007억 엔(약 927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4.5%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부러워할 수준의 고수익 구조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표는 순이익 증가율이다. 2016년 6억 엔(약 55억 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이 2025년에는 703억 엔(약 6470억 원)으로 치솟아, 불과 9년 만에 114배라는 경이적인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포켓몬이 2016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가 촉발한 전 세계적 열풍을 발판 삼아 수익 구조 전반을 체질 개선한 결과다.
'게임→애니메이션→카드' 삼각 생태계…접촉 빈도가 경쟁력
PwC 컨설팅의 이와사키 아키히코 이사는 포켓몬의 독주 비결로 '높은 접촉 빈도'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열세라는 통념과 달리, 포켓몬은 이미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포켓몬은 1990년대 후반 미국·유럽 진출 시 애니메이션 방영, 게임 출시, 카드 게임 발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평일에는 TV로, 방과 후에는 게임기로, 주말에는 카드로 아이들의 일상을 촘촘히 채운 이 전략이 30년의 시간을 버텨낸 팬덤의 토대가 됐다.
'게임기 없는 나라' 인도, 쿠키 2억 개로 빗장을 열다
성숙 시장인 북미·유럽의 성장 한계를 직시한 포켓몬은 지금 인도를 향해 가장 공격적인 베팅을 하고 있다. 인도는 닌텐도 스위치 같은 전용 콘솔 게임기 보급률이 낮아 기존의 '게임 중심' 진입 전략이 통하지 않는 특수한 시장이다.
주식회사 포켓몬이 꺼내든 카드는 '단계적 침투 전략'이다. 1단계는 현지어로 더빙한 애니메이션을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단기 수익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심겠다는 계산이다. 2단계는 식음료·과자 등 일상 소비재에 캐릭터를 접목한 라이선스 상품으로 친밀감을 키우는 것인데, 오레오는 역대 가장 빠르게 팔린 한정판 출시 기록을 세우며 전략의 유효성을 즉각 입증했다. 마지막 3단계는 고가 게임기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카드 게임을 통해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고바야시 다이스케 수석이사는 "초기 단계에서 포켓몬을 알게 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포켓몬은 2028년 3월까지 인도 마케팅 예산으로 25억 엔(약 230억 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삼국지 500년, 가부키 600년…포켓몬은 700년 간다"
포켓몬 경영진이 그리는 미래는 단기 실적 극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우츠노미야 다카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의 고전 서사 삼국지가 500년 이상 사랑받고, 일본 전통 공연예술 가부키가 6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포켓몬도 700년 이상 이어지는 지식재산권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이 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포켓몬은 현지 법인 위임 대신 도쿄 본사의 '직할 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마케팅 조직의 경우, 인도 현지 출신 인재를 일본 본사에서 신입 직원으로 채용해 기업 철학을 먼저 체화시킨 뒤 현장에 투입하는 정교한 인적 자원 운용 방식을 택했다. 1996년 151종으로 시작했던 포켓몬은 어느덧 1025종의 대가족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초대 시리즈를 즐겼던 부모와 그 자녀가 함께 즐기는 세대 공유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게임산업, 포켓몬 뛰어넘을 전략은
포켓몬의 30년 성장 궤적은 마침 중요한 분기점에 선 한국 게임산업에 날카로운 거울을 들이댄다.
2026년 2월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겉으로는 견조한 수출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구조적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수출액은 연간 9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 소수의 메가 IP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꼽힌다. 넥슨·넷마블·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신규 IP 발굴과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으나, 단 하나의 캐릭터가 30년을 지탱하는 '포켓몬급 IP'는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우선 '게임 원산지'에서 '문화 생태계 설계자'로 발전적 전환을 말한다. 포켓몬도 게임 하나가 아니라 게임·애니메이션·굿즈·카드가 맞물리는 콘텐츠 생태계다. 한국 게임사도 팬의 일상 속 접촉 빈도를 높이는 체계적 생태계로 더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더해 '단기 과금'에서 '장기 팬덤 자산'으로 사업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게임사는 분기 실적 압박에 밀려 신규 IP를 팬덤이 형성되기도 전에 수익화하는 오류를 반복해 왔다.
이외에도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흥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지만 고사양 게임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 대해서는 포켓몬의 3단계 진입 공식을 참고해 웹툰·애니메이션 무료 배포로 IP 인지도를 먼저 쌓고, 현지 소비재 라이선스와 모바일 체험 게임으로 단계적으로 시장을 열어가는 '한국형 포켓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켓몬의 30년은 우연이 아니었다. 플랫폼이 바뀌고, 유행이 갈리고, 세대가 교체되는 동안에도 그 IP가 살아남은 것은 캐릭터의 매력이 아니라 문화적 생태계를 꾸준히 가꾼 경영 철학 덕분이었다. 한국 게임산업이 다음 30년을 위해 지금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게임을 파는가,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