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월 4일 아마존·구글·MS 소집해 "데이터센터 전력 자체 조달" 서약 요구
AI 패권 경쟁, '알고리즘 대결'에서 '전력 확보 전쟁'으로 판도 이동
AI 패권 경쟁, '알고리즘 대결'에서 '전력 확보 전쟁'으로 판도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 4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공 전력망에 떠넘기지 말고 기업이 직접 생산하거나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공개 서약을 받아내겠다고 보도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25일) "이번 서약 목적은 미국 가계의 전기료 부담을 늘리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기료 6% 급등에 민심 폭발, 트럼프가 꺼낸 '기업 책임론'
사태의 뿌리는 수치에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평균 17.24센트로, 1년 전보다 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분석 기관 블루로즈 리서치의 설문 결과는 더 직접적이다. 유권자 64%가 데이터센터 개발 관련 문제 중 '공공요금 상승'을 최대 우려 사안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의회 합동연설에서도 "거대 기술기업은 스스로 전력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며 데이터센터 단지 내 자체 발전소 건설을 공개 주문했다. AI 산업 패권 유지라는 국가 전략 목표와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중간선거 변수를 동시에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 직격탄"…빅테크 비용 구조 근본부터 흔들린다
월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빅테크의 분기 영업이익률을 직접 끌어내릴 구조적 비용 요인이라고 본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인프라 비용은 배당금 축소나 자사주 매입 여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AI 서비스 구독료 인상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빅테크별 현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앞서 있고, 메타가 가장 뒤처진 주자다. 결국 이번 서약은 단순한 비용 분담 논의를 넘어 기업별 에너지 전략의 실력 차이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공망 의존에서 벗어나 이미 원전 전력구매계약(PPA)을 병행 운용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이라는 선제적 포석까지 마련해 놓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공공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PPA를 결합하는 혼합 방식을 취해왔으나, 앞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를 가속하면서 관련 비용을 손익계산서에 직접 반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공공망과 PPA를 혼용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독자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체 발전 전환에 가장 뒤처진 곳은 메타다. 공공 전력망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자체 발전 투자에서는 사실상 후발 주자로 출발선에 서야 하는 처지다.
월가에서는 "AI 경쟁의 승부처가 알고리즘에서 전력 확보 능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변압기, 고압 송전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AI 전력 비용과 직결된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다. 원자력 기자재 기업들의 수주 파이프라인도 가파르게 확장되고 있다.
"실효성 없는 쇼"라는 반론도…법적 구속력 '제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 클라이밋파워(Climate Power)의 제시 리 수석 고문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면서 에너지 전환 책임을 기업에만 전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약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선언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전력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기회와 위기의 교차로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경계론도 뒤따른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네이버·KT 등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대해 유사한 '전력 자부담' 논의가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계통 부담을 이미 주시하고 있으며, 요금체계 개편 논의도 수면 아래서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선례가 국내 규제당국에 정책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양면의 칼날이 존재한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SMR 핵심 부품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어 글로벌 수요 확대 시 직접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국내 전력당국이 SMR 허가 체계를 아직 정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에너지 전환 속도는 미국 빅테크의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AI 전력 주권'을 둘러싼 미국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법적 구속력 없는 서약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어느 방향으로 수조 달러의 투자가 흘러갈지는 3월 4일 백악관 회동 이후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AI 패권 경쟁에서 '가장 싼 전기를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업'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파동은 이미 한반도를 향해 출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