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2019년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와 관련해 2억4300만 달러(약 3511억 원) 배상 평결을 뒤집지 못하게 됐다고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의 베스 블룸 판사는 전날 열린 재판에서 테슬라가 제기한 평결 취소 또는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룸 판사는 재판에서 제시된 증거가 배심원 평결을 충분히 뒷받침하며 테슬라가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플로리다주 키라르고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조지 맥기가 오토파일럿을 작동한 상태로 테슬라 모델 S를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이를 줍기 위해 몸을 숙였고 차량은 시속 약 62마일(약 100km)로 정지 신호와 점멸 적색 신호를 무시한 채 주차된 쉐보레 타호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당시 22세였던 나이벨 베나비데스 레온이 숨졌고 동승자였던 딜런 앙굴로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8월 마이애미 연방 배심원단은 테슬라에 사고 책임의 33%를 인정하고 4300만 달러(약 630억 원)의 보상적 손해배상과 2억 달러(약 2932억 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총 2억4300만 달러(약 3562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는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 소송에서 원고 측이 거둔 첫 대규모 승소 사례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재판 전 6000만 달러(약 880억 원) 합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이후 71쪽 분량의 신청서를 통해 평결이 플로리다 불법행위법과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토파일럿 관련 발언이 배심원 판단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슬라는 상급 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재판 전 합의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이 보상적 손해배상의 3배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해석이 적용되더라도 수천억 원대 배상 부담은 불가피하다.
원고 측 변호인 브렛 슈라이버는 일렉트렉에 보낸 성명에서 “배심원 평결을 법원이 유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의 기능을 과장해 사고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테슬라의 법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시점에 나왔다. 지난해 8월 평결 이후 테슬라는 추가 판결을 피하기 위해 최소 4건의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는 캘리포니아주에서 15세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도 포함됐다.
올해 1월에는 테슬라 모델 X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새로운 소송도 제기됐다. 유사 사건 수십 건이 현재 법원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마케팅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주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 역시 실제 기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됐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에서 30일간 판매 정지 처분을 피하는 대신 오토파일럿 브랜드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오토파일럿을 독립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운전자 보조 기능을 실제 능력 이상으로 홍보해 운전자들이 과도하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단과 연방 판사, 캘리포니아주 행정 판사까지 유사한 판단을 내리면서 향후 수년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합의금과 배상금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