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트 만료 직후 규모 2.75 지진 데이터 공개… "자연 지진·광산 폭발과 다르다"
미·중·러 핵 삼각 경쟁 불씨 당기나… 북한 포함 도미노 핵실험 재개 우려
미·중·러 핵 삼각 경쟁 불씨 당기나… 북한 포함 도미노 핵실험 재개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예우 미 국무부 군비통제·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중국이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의 마지막 핵감축 안전망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이달 초 만료된 직후에 나왔다.
규모 2.75 지진이 남긴 의문… "자연 지진·광산 폭발과 다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지진 관측소는 2020년 6월 22일 규모 2.75의 진동을 감지했다. 예우 차관보는 폭발이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롭노르 핵실험장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롭노르는 중국이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핵전력의 심장부로 활용해 온 곳이다. 그는 "감지된 진동 신호는 자연 지진이나 광산 폭발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지진파 신호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정확한 폭발 위력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처음에는 해당 날짜에 핵폭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트 플로이드 CTBTO 사무총장은 이날 "12초 간격으로 매우 작은 지진 활동 두 건이 감지됐다"며 평가를 수정했다. 다만 플로이드 총장은 "규모가 워낙 작아 지진 데이터만으로 사건의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TBTO는 TNT 약 500t에 해당하는 지하 폭발을 탐지할 수 있다.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의 폭발력은 이보다 30배 큰 약 1만5000t(15킬로톤)이었다.
뉴스타트 만료 이후 핵 공백… 3국 협상 참여가 핵심 변수
WSJ는 이번 의혹 제기 시점이 뉴스타트 만료와 맞물린 전략적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뉴스타트는 미러 양국의 전략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해 온 유일한 핵군축 틀이었으나,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갱신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소멸됐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약 4300기, 미국은 약 37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말 기준 600기를 넘어섰으며, 미 국방부는 2030년까지 1000기 배치를 목표로 증강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러시아가 비밀 핵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핵실험을 "즉시" 재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행정부는 아직 공식 재개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예우 차관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저위력 핵실험을 하는 동안 미국만 자제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불리한 처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부인했다. 리쑹 주유엔 제네바 대표부 대표는 "CTBTO가 미국이 지목한 날짜에 핵폭발 특징에 부합하는 사건을 관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면서 "미국의 행위는 핵실험 재개를 위한 구실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젠 중국 군축 대사도 "미국이 군비 경쟁 심화의 주범"이라며 "거짓 이야기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도미노 핵실험 재개 우려… 동북아 안보 지형 흔들린다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의혹에 대응해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필요하며, 다른 핵무장 국가들의 연쇄 반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지하 핵실험을 재개하려면 최소 3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미국이 실험을 재개할 경우 러시아·중국은 물론 북한까지 잇따라 핵실험을 재개하는 다극 핵경쟁 체제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예우 차관보는 이달 중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포럼에서 중국·러시아 관리들과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6년 체결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은 핵폭발을 수반하지 않는 실험은 허용하지만, 주요 강대국들이 충분히 비준하지 않아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핵군축의 제도적 틀이 무너진 가운데, 미국의 새 지진 데이터 공개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지렛대가 될지, 아니면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를 포함하는 세계 각지의 핵 확산을 가속하는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