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서 위력 확인한 중국, 민수용 허머 사들여 역설계…부품은 미국산 수입하는 아이러니
커민스 엔진 라이선스 생산에 EMP 방호·스텔스 도료까지…"원본 능가하는 가성비"
정치적 제약 없는 수출 전략으로 제3세계 공략…짝퉁 오명 씻고 독자 브랜드화 성공
커민스 엔진 라이선스 생산에 EMP 방호·스텔스 도료까지…"원본 능가하는 가성비"
정치적 제약 없는 수출 전략으로 제3세계 공략…짝퉁 오명 씻고 독자 브랜드화 성공
이미지 확대보기전장의 택시로 불리는 미군의 고기동 다목적 차륜형 차량(HMMWV), 일명 '험비(Humvee)'와 쌍둥이처럼 닮은 중국산 전술차량이 글로벌 방산 시장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잠식하고 있다. 둥펑자동차(Dongfeng Motor)가 제작한 'EQ2050', 중국명 '멍스(猛士·용감한 전사)'가 그 주인공이다. 서방 세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짝퉁 험비'로 치부해 왔으나, 그 이면에는 미국의 기술적 방임과 중국의 집요한 역설계, 그리고 틈새시장을 노린 정교한 수출 전략이 숨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군사 전문 매체 인도밀리터리는 14일(현지 시각) '둥펑 EQ2050 알아보기: 세계 시장을 뚫은 중국형 험비의 발자취'라는 제하의 분석 기사를 통해, 중국이 어떻게 미국의 상징적인 전술차량을 모방하고 개량하여 독자적인 수출 상품으로 변모시켰는지 집중 조명했다.
걸프전의 충격과 민수용 허머의 역설계
EQ2050의 탄생 배경에는 1991년 걸프전이 있었다. 당초 1980년대 말,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유지 보수 비용 과다를 이유로 험비 도입을 거부했다. 그러나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험비가 보여준 압도적인 기동력과 범용성을 목격한 중국 수뇌부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문제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서방의 대중국 무기 금수 조치였다. 군용 험비의 직접 도입이 불가능해지자, 중국 기업들은 1990년대 상용 시장을 통해 민수용 버전인 '허머 H1'을 대거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뜯어보고 분석하는 철저한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과정을 통해 험비의 DNA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라이선스 없는 협력?…미국 부품으로 만든 중국군 험비
매체는 EQ2050 개발 과정에 존재하는 '회색지대'를 지적했다. 험비의 원제작사인 미국의 AM 제너럴(AM General)과 둥펑자동차 사이에 차체나 섀시 디자인에 대한 공식적인 라이선스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04년 생산 초기, AM 제너럴은 둥펑 측에 H1의 섀시와 변속기 등 핵심 기계 부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협력'을 진행했다. 당시 중국의 부품 산업이 완성되지 않았던 탓에, 중국군은 미제 부품을 수입해 자국군 전술차량을 조립하는 기이한 구조를 취했다. 심지어 차량의 심장인 엔진은 미국의 커민스(Cummins) 디젤 엔진을 중국 현지에서 정식 라이선스 생산하여 장착함으로써 국제 제재를 교묘히 피해 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전술차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짝퉁을 넘어선 진화…EMP 방호에 스텔스 기능까지
현대전의 요구에 맞춘 개량도 이루어졌다. 초기형 험비에는 없었던 전자전 방호(EMP Shielding) 기능을 설계 단계부터 적용했고, 적외선 흡수 특수 도료를 사용하여 야간 탐지와 레이더 피탐 확률을 낮췄다. 차체에는 알루미늄과 복합 소재를 적용해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60%의 급경사를 오를 수 있는 등판능력은 원조 험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치적 족쇄 없는 가성비로 제3세계 공략
EQ2050의 가장 큰 무기는 '정치적 무색무취'와 가격 경쟁력이다. 미국산 무기 도입 시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인권 문제나 복잡한 의회 승인 절차, 엄격한 운용 제약이 중국산에는 없다. 이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과거 미국의 기술을 베껴 만든 '짝퉁'이라는 오명 속에서 시작된 둥펑의 전술차량은, 이제 미국의 원조 험비가 장악했던 시장을 잠식하며 중국 방산 굴기의 상징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