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숙 공정 주문 70% 싹쓸이하며 생산능력 세계 1위 등극
인도, 퀄컴과 2nm 칩 설계 완료…글로벌 설계 핵심 기지로 급부상
기술 격차 축소와 비용 경쟁력 밀려…한국형 공급망 재편 전략 시급
인도, 퀄컴과 2nm 칩 설계 완료…글로벌 설계 핵심 기지로 급부상
기술 격차 축소와 비용 경쟁력 밀려…한국형 공급망 재편 전략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규제를 역이용해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성숙 공정 시장의 70%를 장악하며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동시에 인도는 글로벌 설계 강자 퀄컴과 손잡고 최첨단 2nm 공정 설계 테이프아웃(Tape-out·설계 완료 후 제조 공정 이관)을 완료하며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글로벌 설계 허브’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 '성숙 공정' 70% 흡수하며 제조 패권 장악…자급률 70% 목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 속에서도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보도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이미 세계 1위에 올라섰으며, 특히 SMIC, YMTC, CXMT 등 '제조 3강'이 주도하는 공급망 국산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조사 결과,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규모인 1171억 달러(약 170조 원) 중 중국이 42%인 495억 달러(약 66조 원)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시장 성장률인 10%를 크게 웃도는 35%의 급성장세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제조 장비 자급률 20%를 돌파하고, 203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8nm 이상 성숙 공정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만 주헝뉴스(Juheng.com)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 성숙 공정 주문의 최대 70%가 중국 공장에 집중됐다고 9일 보도했다. 중국산 제품은 해외 대비 30~40%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자동차 전자 장치와 가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세계 12%에 불과했던 중국의 생산 능력은 올해 24%에 도달해 대만(18%)과 한국(18%)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인도, 퀄컴과 '2nm 설계' 완료…단순 조립 넘어 두뇌 기지로
중국이 '제조'에 집중하는 사이 인도는 '설계' 역량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흔들고 있다. 베트남 라오동 등 외신은 지난 2일 퀄컴이 인도 벵갈루루 시설에서 최첨단 2nm 반도체 설계 테이프아웃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인도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반도체의 핵심 두뇌를 만드는 설계 허브로 부상했음을 뜻한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벵갈루루 퀄컴 시설을 방문해 "인도의 설계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퀄컴은 미국 외 지역 중 인도에 가장 많은 엔지니어를 배치하고 있으며, 이들은 설계부터 시스템 통합, 인공지능(AI) 최적화까지 핵심 공정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퀄컴 인디아의 스리니 마달리 수석 부사장은 "2nm 공정 성과는 인도 팀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인도가 퀄컴의 장기 혁신 전략에서 중심축임을 분명히 했다.
메모리 시장 '반값' 공세…한국 반도체 '샌드위치' 우려 확산
중국의 공세는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콤파스 등 외신은 9일 중국 DRAM(디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가 32GB DDR4 모듈을 세계 시장가의 절반 수준인 약 138달러(약 20만 원)에 판매하며 가격 파괴에 나섰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물량과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시티그룹 분석가들은 CXMT가 내년까지 DDR5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XMT의 세계 DRAM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지만, 서버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설 확장까지 준비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한국 반도체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을 조사하는 대산 사토시(大山 聡) 글로벌버그 대표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중국 장비 기술이 일류 기업보다 5~10년 뒤처져 있다고 해도, 실제 실력은 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술 향상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기술 초격차 유지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가 관건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정책 전문가는 "중국이 성숙 공정 시장을 장악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이 2nm 이하 첨단 공정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도와 같은 신흥 설계 허브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해 우리만의 폐쇄적 생태계를 넘어선 글로벌 연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반도체 시장 승부처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첨단 공정을 양산하느냐와 함께 인도 같은 설계 거점을 선점해 생태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확장하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