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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산 칩·부품’ 배제에 비용 급등… 재생 에너지 전환 ‘진퇴양난’

ING “중국산 태양광 패널 차단 시 설치 비용 최대 17% 상승 및 일정 지연 불가피”
이탈리아 시작으로 경매서 중국 제외 확산… ‘에너지 안보’와 ‘비용 절감’ 사이 갈등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 에너지(RES)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나, 중국산 저가 부품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비용 상승과 설치 지연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내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저렴한 중국산 수입품을 대체할 대안이 부족해 유럽의 녹색 전환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2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그룹 ING가 발표한 ‘에너지 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겠지만 전력망 제약과 무역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배치 과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EU 태양광 패널 수입의 98%를 점유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오히려 유럽 내 건설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탈리아 ‘중국산 금지’ 선봉… 경매 시스템서 배제 확산


유럽 국가들은 중국 자본의 유입과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경매 시스템에서 중국산 공급업체를 제외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월 EU 국가 중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 공급 경매에서 중국산 모듈, 셀, 인버터의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2026년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규정을 도입하여 EU산 부품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 자립' 조치가 즉각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추정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산 부품 배제 결정 이후 프로젝트 비용이 약 17% 증가했다.

보고서는 EU의 기후 정책 자금이 민간 투자를 충분히 유도하기에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유럽 자체 생산 능력이 단기간에 확충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 미국도 관세 장벽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공급망 변화의 파고는 미국에서도 높게 일고 있다. 미국은 2025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중국 우회 수출지로 의심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최대 67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풍력 타워와 나셀 등 철강 관련 제품에도 50%의 관세가 매겨졌다. 최근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지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아시아발 재생 에너지 부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무역 장벽에도 불구하고 재생 에너지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가파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 비용은 2020년 대비 61%나 감소했다.
중국은 이러한 비용 우위를 바탕으로 2026년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장치 설치 용량의 46%를 점유하며 압도적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수소와 CCS는 ‘정체’… 중국,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도 확보하나


유럽이 기대를 걸었던 탄소 포집 및 저장(CCS)과 녹색 수소 기술은 높은 비용과 수요 부족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수소 산업은 급격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수소 에너지를 국가 경제 계획의 핵심 축으로 삼고 대규모 전해조 건설과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비용 곡선을 재정립하고 있다.

ING 분석가들은 무역 제한 조치로 인해 유럽과 미국이 중국의 혁신적인 비용 절감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이 전체 전력 생산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내부 개발을 전속력으로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과 자국 내 탄소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평가다.

2026년은 서방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과 경제성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균형 잡기를 이어가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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