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지사 연합 “빅테크가 발전소 직접 지어라”… 15년 장기 경매 압박
환경청(EPA), 머스크 xAI 불법 가스발전 적발… 비용·환경 전방위 ‘청구서’
환경청(EPA), 머스크 xAI 불법 가스발전 적발… 비용·환경 전방위 ‘청구서’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내 전력 요금의 구조적 불공정을 집중 조명했고, CNN은 16일 트럼프 행정부와 북동부 주지사들이 미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에 ‘비상 전력 경매’ 도입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같은 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불법 발전 시설에 대한 미 환경보호청(EPA)의 규제 결정을 전했다.
“일반 가정은 봉인가”…데이터센터 요금 3% 오를 때 가정 40% 폭등
미국 가정 경제를 위협하는 ‘전기료 쇼크’가 현실화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WP 분석을 보면 2020년 2월 이후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평균 40% 급등했다. 워싱턴 D.C. 등 일부 지역은 2020년 7월부터 5년 만에 93%나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막대한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이용자의 요금 인상률은 3%에 그쳤고, 산업용 사용자는 오히려 2%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가격 괴리’는 전력망 비용의 불공정한 배분 탓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교외와 농촌 곳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전신주, 변압기, 배전선 등 기반 시설 유지 비용이 포함된다. 최근 산불과 허리케인 등 기상이변으로 노후 전력망 보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고, 전력회사들은 이를 가정용 요금에 전가했다. 세버린 보렌스타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캘리포니아는 산불 방재를 위한 배전 비용이 급증했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고압 송전선에서 전기를 직접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배전망 이용료를 대부분 면제받는다. 2024년 말 기준 가정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6센트였지만, 상업용 고객은 13센트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격… “빅테크, 15년 치 전력 직접 사라”
가정용 전기요금 급등이 인플레이션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트럼프 행정부와 미 북동부 주지사들은 ‘15년 장기 전력 경매’라는 전례 없는 카드를 꺼냈다. CNN에 따르면 이들은 미 13개 주와 워싱턴 D.C.의 전력망을 관할하는 PJM 인터커넥션에 빅테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 경매 시행을 요청했다.
통상적인 전력 경매가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번 제안은 빅테크 기업들이 신규 발전소에서 생산될 전력을 15년 동안 장기 계약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경매를 통해 확보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은 데이터센터 전용 신규 발전소 건설에 투입된다. 즉, 빅테크가 유발한 전력 수요는 빅테크의 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고, 일반 소비자의 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에너지는 경제의 핵심”이라며 “물가를 잡고 모든 미국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전력망 붕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PJM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전력 공급 경매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해 2027년 6월부터 1년간 약 5.2%의 전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튜 브레슬러 PJ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신규 공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당장 전기요금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앤드류 와이젤 스코샤뱅크 애널리스트는 CNN 인터뷰에서 “발전소 건설에는 최소 5년이 걸린다”며 “이번 조치는 요금 인하보다는 향후 요금 폭등을 막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PJM 측도 “정부 발표에 대해 사전 통보받지 못했다”며 이사회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환경 규제 우회 꼼수… 머스크의 ‘속도전’ 제동
비용 회피뿐만 아니라 전력 확보를 위한 빅테크의 꼼수도 철퇴를 맞았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6일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테네시주 멤피스 ‘콜로서스’ 데이터센터에서 허가 없이 가스 터빈을 운영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xAI는 전력망 부족을 메우려 트럭 크기의 이동식 가스 터빈 수십 대를 설치하고 “이동식 발전기는 대기오염 허가 면제 대상”이라는 지역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EPA는 “이동식이라도 고정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면 연방 대기 오염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번 결정으로 xAI는 질소산화물(NOx) 저감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2032년까지 연간 최대 296톤의 오염물질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만다 가르시아 남부환경법센터 변호사는 “기업이 허가 없이 발전소를 짓고 돌릴 ‘뒷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기업은 여론 악화를 의식해 전력망 업그레이드 비용 부담 의사를 밝히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AI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묵인해 온 비용 전가와 환경 오염 행위에 대한 정부의 ‘청구서 정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