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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베네수엘라 원유 장악 구상에 OPEC 영향력 흔들린다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과 수출을 사실상 미국 통제 아래 두려는 구상을 추진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의 세력 균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이 회복될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지해온 시장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국제 유가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구상이 글로벌 석유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간 방치돼 온 베네수엘라 유전을 복구하고 생산량을 끌어올려 미국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원유 시장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럴당 50달러(약 7만2950원) 수준의 유가를 선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베네수엘라 공급이 늘 경우 이미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국제 시장의 불균형은 더 심화될 수 있다.

◇ “미국이 오펙 창립국 생산량까지 영향권”


베네수엘라는 OPEC 창립 회원국 중 하나다. WSJ는 미국이 자국 생산량에 더해 베네수엘라 원유까지 영향권에 두게 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미국 내 생산량을 합칠 경우 미국이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30%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되살리는 데는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단기적으로 소폭 증산만 이뤄져도 국제 유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 미만이지만 규제 완화와 외국 자본 유입이 이뤄질 경우 1~3년 안에 하루 200만배럴 증산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OPEC, 감산이냐 점유율이냐 기로


이같은 상황에서 OPEC 회원국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에 나설지 아니면 시장 점유율 유지를 택할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산은 가격을 떠받칠 수 있지만 수입 감소와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데이비드 옥슬리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기후·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자국 이익을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곰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긴장이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베네수엘라 생산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미국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과 향후 행정부까지 구속할 수 있는 미국 정부 차원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고유황으로 품질이 낮아 상업적 매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중국 변수와 미국의 계산


일부 걸프 산유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의 대중 수출을 차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중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걸프 국가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미국이 베네수엘라 매장량을 사실상 OPEC 영향권 밖으로 끌어낼 경우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의 증산으로 OPEC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유가 하락 압력 지속


국제 유가는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63달러(약 9만1917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미국 기준유는 약 59달러(약 8만6081원)로 1년 전보다 약 20% 낮다. JP모건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58달러(약 8만4622원), 미국 기준유를 54달러(약 7만8786원)로 전망했고 내년에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수출용 원유 가격을 3개월 연속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유가 환경이 지속될 경우 사우디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배럴당 10달러(약 1만4590원) 이하의 생산비로 원유를 생산할 수 있지만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배럴당 100달러(약 14만5900원) 이상의 유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유가는 러시아에도 부담이다. 러시아 원유 산업은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공격, 노후 유전 문제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공급까지 늘어날 경우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생산량이 어떻게 전개되든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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