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승리 자신감…희토류 무기화로 미국 굴복시켜
1조 달러 무역흑자 달성에도 내수 디플레이션 10분기 연속 지속
1조 달러 무역흑자 달성에도 내수 디플레이션 10분기 연속 지속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정부는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을 현재 30%에서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와의 관세전쟁 승리가 자신감 키워
중국 지도부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정부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에서 거둔 성과를 자축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려 했지만,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1년간 무역 휴전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첨단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희토류 금속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며 협상력을 과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 간부는 약 200명의 참석자들에게 "우리의 5개년 계획 시스템은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보장한다"며 "정부가 수시로 바뀌는 서방 정치인들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당국은 이번 관세 분쟁이 시 주석의 첨단 생산과 산업 자립 전략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상공회의소 전 회장인 예르크 부트케 DGA그룹 파트너는 5개년 계획 목표를 근거로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을 30%에서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우리와 맞서지 말라, 경쟁하지 말라,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장악력으로 보호무역 압박 무력화
중국의 자신감은 핵심 공급망에 대한 압도적 통제력에서 나온다.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와 드론, 그리고 이들에 들어가는 리튬·코발트 정제 분야에서도 비슷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초크포인트(Chokepoints)' 저자인 에디 피시먼은 "올해 초 우리는 미국의 대규모 관세가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더라도 자국 경제에 불황을 초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분야가 의약품 원료다. 피시먼은 일부 의약품 활성 성분에서 중국이 8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소유 기업인 넥스페리아를 일시적으로 통제하려 하자 베이징이 넥스페리아의 수출을 차단하며 구형 칩 분야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보여줬다.
골드만삭스의 샨 후이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이 보유한 공급망 레버리지가 실제로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조 달러 무역흑자 뒤 숨은 내수 위기
중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무역 통계에서 2025년 상품 무역흑자가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4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모건스탠리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약 13%에서 현재 15%로 상승했으며, 2030년까지 16.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도 28%로 높아졌다.
하지만 수출 호황의 이면에는 심각한 내수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과 가계 심리, 내수 수요가 모두 약화하면서 디플레이션과 임금 하락이 발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부문이 경제를 끌어내렸다"며 "현 시점에서는 경제가 부동산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중국이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더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처럼 큰 나라가 수출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며 "소비 진작이 더 지속 가능한 성장 원천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도 "견딜 수 없는" 무역 불균형 경고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는 주요 교역국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FT 기고문에서 중국이 "내부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으면 "유럽은 더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품 흑자는 지난해 3058억 유로(약 518조 원)로, 2023년 2970억 유로(약 503조 원)에서 증가했다.
통화 가치도 중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위안화는 2025년 명목 기준으로 유로화 대비 약 8% 절하됐으며, 경제학자들은 실질 실효 환율이 2022년 3월 정점 대비 18% 하락했다고 추정한다. S&P글로벌레이팅스의 루이스 카위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상품 수출 물량이 2020년 초 이후 43% 증가한 반면 수입 물량은 15%만 늘었다고 밝혔다.
뉴욕 소재 로디움그룹은 중국의 실질 환율이 국내 디플레이션 대응 노력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간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로디움그룹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약한 위안화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이 기존 무역 방어 수단의 효과를 꾸준히 약화시킬 것"이라며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발 수출 증가를 받아들이거나 무역을 제한하는 구조적 조치로 나아가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이자 UBS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 매그너스는 중국의 수출 공세가 신흥국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의 중상주의는 미국 관세만큼이나, 어쩌면 훨씬 더 큰 위협"이라며 "특히 신흥국들에게 그렇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국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산 중간재(부품이나 원자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값싼 중국 완제품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중국 제품을 사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고, 사면 자국 산업이 망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