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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북극’ 진출 가속…美 “잠수함 위협하는 새 지름길 열렸다”

지난 2018년 9월 10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조선소에서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극지 쇄빙선인 ‘쉐룽 2호(Snow Dragon 2)’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9월 10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조선소에서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극지 쇄빙선인 ‘쉐룽 2호(Snow Dragon 2)’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북극해를 무대로 한 해저 탐사와 해상 활동을 본격 확대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북극 얼음 아래 수천 미터를 잠항하는 연구용 잠수정을 운용한 사실이 확인되며 북극이 새로운 군사적 긴장 지대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중국의 북극 해저 탐사가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 군사적 목적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군용·연구용 선박이 알래스카 인근 북극 해역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극 항로와 해저 지형에 대한 이해를 축적할 경우 얼음 아래 매장된 자원 탐사뿐 아니라 상업용 해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핵무장 잠수함을 미국 본토에 더 가까운 위치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연구 활동이 군사 목적 가린다”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 군사지휘관은 “중국은 북극 전반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연구 임무로 위장한 활동이 군사적 목적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준 북극 국가’로 규정하며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해온 북극 질서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극에서의 활동이 합법적이며 “지역의 평화 안정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을 활용한 새로운 해상 지름길을 ‘극지 실크로드’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여름 중국 화물선은 북극점을 우회해 폴란드 그단스크 항에 도착했는데 이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북극 항로를 통한 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 냉전의 최전선, 다시 긴장 고조


냉전 시기 북극은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소련을 가르는 최전선이었다. 러시아는 북극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진출했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집중 감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다시 높아졌고 여기에 중국의 진출이 더해지며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수년 내 무장 잠수함을 북극점 인근까지 진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군사 등급 수상함을 북극에 배치했고 쇄빙선 전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극 지역 병력 훈련을 강화하고 아이슬란드 등을 거점으로 한 잠수함 탐지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핀란드와 쇄빙선 건조 협정을 체결하며 미국 쇄빙선 전력 확충을 추진했고 덴마크에는 그린란드 방위 강화를 압박했다.

그린케비치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를 나토의 대서양·북극 통합 지휘 체계에 편입시키며 “적대 세력의 공조”를 그 이유로 들었다.

◇ 중·러 군사 협력 가시화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처음으로 알래스카 인근에서 공동 순찰 비행을 실시했고 중국 장거리 폭격기는 러시아 공군기지를 활용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그레고리 기요 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에 출석해 “이 같은 협력은 중국이 북미를 타격할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할 뿐 아니라 공동 공격 가능성도 높인다”고 경고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극 해저전이 가장 큰 우려라고 지적한다. 잠수함 작전은 해저 지형과 수중 환경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전 세계 해양 데이터를 축적해 잠수함 운용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터 스타이어스 전 미 해군 자문관은 “중국이 방대한 해양 조사선을 운영하는 이유는 고래 보호가 아니라 해군 작전을 위한 것”이라며 “해양과 기후에 대한 이해는 대잠전에서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중국 국영 매체는 북극 잠항 활동이 기후 변화 연구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미 분석가들은 이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소음이 큰 중국 잠수함의 은폐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미국의 해저 우위 흔들릴 수도”


사무엘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의 목표를 “미국의 해저 지배력 종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러시아가 잠수함 기술을 중국에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항공모함 3척을 운용하며 해군 전력 투사 능력을 키웠다. 북극 쇄빙선 분야에서도 지난해 다섯 번째 쇄빙선을 취역시켰다. 러시아가 40척이 넘는 쇄빙선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지만 미국이 운용 중인 쇄빙선은 2척에 불과하다.

서방 군 관계자들은 중국의 북극 진출이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전략적 안식처였던 북극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타이어스는 “중국의 북극 활동은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피에르 방디에 나토 미래전 준비 책임자는 “중국 해군이 북극을 통해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진입하는 상황은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태평양의 위협이 대서양까지 확산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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