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차량 지침 개정안서 탄소 섬유 제외 합의… 2026년 발효 예정
도레이·미쓰비시·테이진 등 일본 업체 점유율 52%… “과학적 근거 부족” 주장 수용
도레이·미쓰비시·테이진 등 일본 업체 점유율 52%… “과학적 근거 부족” 주장 수용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의 탄소 섬유 생산업체들과 유럽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강력한 로비 활동을 펼친 결과로, 친환경 경량화 소재의 핵심인 탄소 섬유는 일단 ‘유해물질’ 지정을 피하게 됐다고 2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 ‘독성물질’ 분류될 뻔한 탄소 섬유… 업계 강력 반발
유럽 의회는 당초 ‘폐기차량 지침(End-of-Life Vehicles Directive)’ 개정안에 탄소 섬유를 수은, 납, 카드뮴과 같은 유해물질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폐차 과정에서 탄소 섬유가 파쇄될 때 발생하는 미세 섬유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 세계 탄소 섬유 시장의 52%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의 3대 기업(도레이, 미쓰비시 케미컬, 테이진)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탄소 섬유의 독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서도 유해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슈퍼카 브랜드와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탄소 섬유 사용을 제한하면 차량 경량화가 불가능해져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 EU 3대 기관 최종 합의… “제한 목록서 제외”
유럽 의회, 집행위원회, 이사회 등 EU의 세 주요 기관은 최종 협의를 통해 탄소 섬유를 제한 물질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개정된 지침은 2026년에 공식 발표 및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으로 전기차(EV)와 스포츠카의 성능 향상을 위한 탄소 섬유 채택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 업계에는 큰 호재다.
미국의 탄소 섬유 거대 기업인 헥셀(Hexcel)도 일본 업체들과 새로운 산업 그룹을 구성해 로비 활동에 힘을 보태며 국제적인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 남은 과제는 ‘재활용 기술’… 추가 규제 불씨 여전
비록 이번 제한 조치는 철회됐지만, EU는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에 대한 추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탄소 섬유는 강도가 매우 높아 폐기 시 추출 및 재활용이 어렵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 섬유를 ‘우려 물질’로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효율적인 재활용 공정이 개발되지 않을 경우 향후 추가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규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탄소 섬유 복합재의 순환 경제 모델 구축과 신속한 재활용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 EU의 결정은 탄소 중립을 위한 ‘경량화’의 필요성과 ‘환경적 안전성’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산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