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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통제로 美 미사일 제조 '위기일발'…유럽 '사마륨 비축분'으로 응급 처방

中 사마륨 수출 통제에 토마호크·F-35 올스톱 위기…벨기에 기업 창고 속 200톤으로 '급한 불'
트럼프 관세전쟁의 역습…"2027년까지 '脫중국' 불가능할 수도" 美 방산 공급망 '적색경보'
미국이 중국과의 희토류 격차 축소를 위해 공급망 재건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중국과의 희토류 격차 축소를 위해 공급망 재건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최첨단 유도무기 생산 라인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직격탄을 맞고 멈춰 설 뻔한 아찔한 위기가 뒤늦게 드러났다. 미사일의 정밀 유도 핀(fin)을 제어하는 강력한 자석의 핵심 원료인 '사마륨(Samarium)' 공급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미 방산업계가 수십 년 전 프랑스 공장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재고를 긴급 공수해 가까스로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시애틀 타임스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심장', 중국산 없으면 고철


사마륨은 고열을 견디는 '사마륨-코발트 자석'의 주원료로, 1000마일(약 1600km) 밖 표적을 타격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나 F-35 전투기, 그리고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전 세계 사마륨의 채굴과 가공이 사실상 중국에 독점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의 85% 이상을 생산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중 관세 폭탄을 투하하자, 중국은 즉각 사마륨 등 7개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로 맞불을 놨다. 주미 중국 대사관 측은 이를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미 방산업계의 급소를 찌른 것이었다. 레이시온(Raytheon) 등 주요 방산 업체들은 즉각적인 공급 단절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 창고의 '먼지 쌓인 보물'…007 작전 방불케 한 공수


절체절명의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다. 영국 리버풀 인근의 희토류 금속 제조업체 '레 스 커먼 메탈스(Less Common Metals)'의 그랜트 스미스(Grant Smith) 회장이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Solvay)의 프랑스 라로셸(La Rochelle) 공장 창고에서 1970년대부터 보관 중이던 사마륨 질산염(samarium nitrate) 재고를 찾아낸 것이다.

솔베이는 20년 전 채산성 악화로 희토류 분리 사업을 중단했지만, 다행히 반제품 형태의 재고와 정제 기술은 유지하고 있었다. 스미스 회장은 미 방산 부품 업체들을 규합해 약 200톤 규모의 재고 전량을 구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물량은 영국으로 옮겨져 금속으로 가공된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자석으로 만들어진다.

스미스 회장은 "중국의 제재 발표 이후 전화통에 불이 났다"며 "4월 4일 이후 단 이틀밖에 쉬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이 '프랑스산 사마륨' 덕분에 미 방산업계는 향후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방산 공급망엔 '자충수'?

이번 사태는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미 방위산업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1960년대 미 공군 연구소에서 발명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 생산 기지가 중국으로 대거 이전하며 주도권을 상실했다.

미 의회는 2027년 1월 1일까지 모든 무기 체계에서 중국산 희토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록히드마틴은 이미 2023년과 2024년 F-35 전투기에 중국산 자석이 사용된 사실을 시인하고 국방부로부터 면제(Waiver)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등 자국 기업에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공급망 재건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NYT는 "정부 지원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텍사스에 희토류 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무산된 호주 라이너스(Lynas)사의 사례를 들었다.

스미스 회장이 확보한 200톤의 사마륨이 바닥나기 전까지 미국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군의 '정밀 타격 능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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