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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무덤' 북극…첨단 무기, 영하 40도에선 '고철' 전락

美 산악 차량 30분 만에 '멈춤', 2000만 원짜리 야간투시경 '파손'…극한 환경이 낳은 참사
오로라·러시아 재밍에 GPS '먹통'…우크라이나식 드론 전술 통하지 않는 '제3의 전장'
캐나다 이누빅 인근에서 진행된 군사 훈련 중 헬리콥터가 눈 덮인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는 유압 계통과 통신 장비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켜 항공 작전을 제한한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이누빅 인근에서 진행된 군사 훈련 중 헬리콥터가 눈 덮인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는 유압 계통과 통신 장비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켜 항공 작전을 제한한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드론과 로봇이 북극이라는 '극한의 전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북극해 항로가 열리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영하의 추위와 강력한 자기장 폭풍이 첨단 군사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북극에 가까워질수록 최첨단 기술의 효용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올해 초 캐나다에서 진행된 7개국 연합 극지 훈련은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테스트하는 이 훈련에서 미군의 전천후 북극 전술 차량은 작전 개시 30분 만에 기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혹한으로 인해 유압유(hydraulic fluids)가 젤리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30분 만에 멈춰 선 美 전술차량…소재 공학의 한계


스웨덴군이 훈련에 투입한 개당 2만 달러(약 2800만 원) 상당의 야간 투시경도 맥없이 부서졌다. 영하 40도(화씨 –40°F)의 극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 알루미늄 소재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된 탓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극에서의 교전이 전쟁 기획자들을 '기초(basics)'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무 씰(seal)은 탄성을 잃어 누유를 유발하고, 미세한 수분은 얼음 결정으로 변해 펌프를 긁거나 막아버린다. 전선의 피복조차 일반적인 PVC 대신 갈라짐이 적은 실리콘 소재로 교체해야 하는 등, 무기 체계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오로라'와 '재밍'의 협공…통신·항법 체계 마비


북극의 아름다운 풍광인 '오로라(Aurora Borealis)'는 군사 작전의 치명적인 방해꾼이다. 태양 입자가 지구 자기장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오로라는 무선 통신과 GPS 신호를 교란한다. 위성 항법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밀 타격 자산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북극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드론 확보에 나선 나토.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드론과 로봇이 북극이라는 '극한의 전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북극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드론 확보에 나선 나토.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드론과 로봇이 북극이라는 '극한의 전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위적인 위협도 심각하다. 노르웨이 통신 당국(Nkom)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핀마르크 동부 지역의 GPS 장애 발생 건수는 2019년 6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122건으로 폭증했다. 2024년 말부터는 장애가 너무 빈번해 집계조차 중단된 상태다. 이는 러시아가 콜라 반도(Kola Peninsula)의 핵잠수함 기지와 미사일 시설을 드론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광범위한 재밍(전파 방해)을 시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드론 전술의 실패…'북극형 스타트업' 부상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맹활약 중인 저가형 상용 드론은 북극에서 생존할 수 없다. 배터리는 급속 방전되고, 가벼운 기체는 강풍을 견디지 못한다. 북극 작전용 드론은 제빙 시스템(deicing system)을 갖춰야 하며, 배터리 대신 제트 연료나 디젤을 사용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민간 스타트업들이 '북극 전용'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벤 샌더스(Ben Saunders) 등이 설립한 '아틱 리서치 앤 디벨롭먼트(Arctic Research and Development)'는 영하 94도(화씨 –137.2°F)의 냉동고에서 장비를 테스트하며, 극지방의 왜곡된 거리를 보정하는 가상 지도와 특수 배터리 및 GPS 안테나가 내장된 통신 허브 '아이스링크(Icelink)' 등을 개발 중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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