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 엔비디아 ‘루빈’ 탑재 HBM4 2월 양산 돌입…물량 확보 총력전
일반 D램 공급 부족 심화…PC 원가 비중 23% 육박, 델·HP 줄인상 예고
AI 반도체 쏠림에 소비자 ‘직격탄’…윈도우 교체 수요 맞물려 시장 위축 우려
일반 D램 공급 부족 심화…PC 원가 비중 23% 육박, 델·HP 줄인상 예고
AI 반도체 쏠림에 소비자 ‘직격탄’…윈도우 교체 수요 맞물려 시장 위축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푸투뉴스(Futu News)와 노트북체크(NotebookCheck) 등 주요 외신은 27일(현지시간) HBM 시장의 지각변동과 이에 따른 PC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SK “2월이 승부처”…HBM4 양산 시계 빨라졌다
AI 반도체 패권을 좌우할 HBM4 공급 경쟁이 2026년 초부터 불을 뿜는다. 업계는 1위 수성에 나선 SK하이닉스와 기술 역전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진검승부 시점을 내년(2026년) 2월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당겼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말까지 공정 인증을 마치고, 내년 1월 초 12단 HBM4 최종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한다. 이어 2월부터는 HBM4용 1b D램 웨이퍼 양산을 시작한다. M15X 공장은 초기 웨이퍼 1만 장 규모로 가동을 시작해 연말까지 생산 능력을 수만 장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매섭다. 최근 엔비디아 실무팀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진행한 HBM4 시스템인패키지(SiP) 테스트에서 삼성 제품은 작동 속도와 전력 효율성 모두 경쟁사를 웃도는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호평을 발판으로 공급 일정을 대폭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Qual)을 마치고 2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 공급 계약은 1분기 중 체결할 전망이며, 2분기부터는 평택 4공장(P4) 라인을 가동해 본격적인 대량 공급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현재 P4 라인을 HBM4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며 공사 기간 단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2026 회계연도 2분기부터 독자 공정 기술을 적용한 HBM4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혀 3파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내년 4분기 출하를 앞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200’ 수요 폭증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엔비디아 GB300 AI 서버 랙 출하량이 올해보다 129% 급증한 5만 500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시장 ‘비명’…PC 부품값 45% 급등 경고
주요 외신 분석에 따르면 DDR5 램 가격은 2026년 말까지 45%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고사양 노트북(32GB 램/1TB SSD 기준) 생산 원가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1분기 10%대에서 2026년 3분기에는 23%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제조사들은 이미 가격 인상 버튼을 눌렀다.
델(Dell)은 이달 중순부터 이미 제품 가격을 최소 15~20% 인상했다. 레노버(Lenovo)도 내년 초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방침이며, 신제품 출시 연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HP는 내년 5월부터 메모리 비용 상승분이 마진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는 고사양 모델 가격을 최대 30%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윈도우 10 지원 종료에 따른 교체 수요(윈도우 11 업그레이드)가 가격 저항에 부딪혀 내년 PC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6년 반도체 시장의 명과 암
2026년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슈퍼사이클’의 해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비트 성장률(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이 2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 과실은 불균형하게 분배될 공산이 크다. 화타이증권은 글로벌 메모리 3사의 설비 투자가 HBM 등 고부가가치 AI 메모리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범용 D램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일반 소비자들의 IT 기기 구매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AI 기술의 발전이 반도체 기업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안겨주겠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고물가 청구서’를 내미는 역설적인 상황이 내년 한 해 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