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딧서 ‘칩 바꿔치기’ 사기 폭로… 아마존 공식 판매 제품도 뚫렸다
RTX 5090 이어 메모리까지… 공급망 파고든 ‘부품 피싱’ 확산
메모리값 고공행진에 조직적 범죄 기승… “수령 즉시 기판 확인 필수”
RTX 5090 이어 메모리까지… 공급망 파고든 ‘부품 피싱’ 확산
메모리값 고공행진에 조직적 범죄 기승… “수령 즉시 기판 확인 필수”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21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고 배송한 미국 유명 PC 하드웨어 업체 커세어(Corsair)의 DDR5 패키지에서 내용물이 뒤바뀐 위조 상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제3자 판매자(Open Market)가 아닌 유통 공룡 아마존이 직매입해 관리하는 ‘로켓 배송’급 제품조차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방열판 뜯으니 드러난 ‘가짜’… 정교해진 바꿔치기 수법
사건의 발단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한 사용자(ID: Leading-Growth-8361)가 올린 고발 글이었다. 이 사용자는 아마존에서 유명 PC 부품 제조사 커세어의 최신 DDR5 메모리 키트를 구매했다.
제품을 받아본 소비자는 방열판(Heat Sink)이 헐거워진 점을 수상히 여겨 내부를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겉포장과 방열판은 최신 ‘DDR5’였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은 구형 ‘DDR4’였다.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차이는 ‘메모리 모듈(램 스틱)의 금속 접점 부분에 있는 작은 절개선인 홈(Notch)’의 위치였다. DDR5는 기판 중앙에 가까운 곳에 홈이 있지만, 피해자가 받은 제품은 홈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DDR4의 특징이다. 메인보드에 장착조차 할 수 없는 엉뚱한 물건을 최신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반품 사기(소비자가 내용물을 바꾸고 반품한 것을 아마존이 재판매한 경우)를 넘어선 ‘공급망 오염’으로 보고 있다. Wccf테크는 “아마존 물류 창고 내부나 유통 단계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부품을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090 그래픽카드부터 CPU까지… ‘가짜 하드웨어’ 주의보
문제는 이러한 하드웨어 위조가 특정 부품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5090’ 위조품이 마이크로센터(Micro Center) 등 주요 소매점을 통해 유통된 데 이어, AMD의 인기 CPU인 ‘라이젠 7 9800X3D’ 가짜 제품까지 시장에 풀렸다.
IT 부품 유통업계는 2025년 들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성능 부품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범죄 조직이 이 틈을 파고든 것으로 분석한다.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아무리 고품질의 칩을 생산해도, 유통 과정에서 이른바 ‘껍데기 갈이’를 당하면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DDR5와 DDR4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사기 유인은 더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집중으로 범용 DDR5 공급이 달리기 시작하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사기꾼들은 저렴한 DDR4 기판에 DDR5용 방열판만 씌우면 손쉽게 몇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소비자 대응법과 전망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직접구매) 비중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마존 판매 및 배송’(Sold and Shipped by Amazon) 표기조차 100%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품 수령 직후 포장 상태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PC 장착 전 반드시 모델명과 기판의 홈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존 측은 해당 피해자에게 환불 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오른 제품 가격 탓에 소비자는 환불받은 금액으로 동일 제품을 다시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허점을 노린 사기 행각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 PC 부품 시장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